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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랑하신 선생님들

by 들풀생각

I. 들어가며


​1. 이 글을 쓰게 된 까닭


​나는 그분이 하자고 하는 일은 군소리 없이 거의 따른다. 왜냐면, 그 길만이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를 맘 놓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왕산 둘레길을 가보자고 해서 냉큼 좋다고 했다. 윤동주 문학관을 시작으로 인왕산 둘레를 걸어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서대문형문소 옆길을 거닐며 독립문역으로 들어오며 산행을 마쳤다.


​서대문 형무소를 지나면서 왠지 모를 마음의 빚을 크게 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그 빚을 값고자 원래 올리려고 했던 75주년 이스라엘 국가의 기사 분석자료 대신 우리의 한글을 사랑한 현대의 선생님들을 기리는 뜻을 가지고자 한다.


2. 역사 인식의 틀 가운데 한글의 의미


​이미 밝힌 대로,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왕국의 건설과 왕권의 교체가 중심인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서술된 편년체 형식의 역사서를 잘 보지 않는다.


​대신, 우리 사상의 흐름인 단군사상, 곧 홍익인간을 목표로 한 풍류도(멋스러움)와 화랑정신을 계승하여 발전한 고유정신의 바탕 위에 민중들의 뜻을 몸으로 나타낸 삶의 자취를 역사 인식의 틀로 본다.


그러한 틀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면, 고조선의 단군사상에서 통일신라의 원효사상으로 넘어간 후, 조선 후기 수운 최제우 선생의 동학사상으로 뿌리를 내린다고 본다.


​그 이후의 역사는, “동학운동-3•1 운동-4•3 항쟁-4•19 혁명-5•18 항쟁-6•10 항쟁-촛불항쟁”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바, ​나는 바로 이 구조로 우리 역사를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틀의 바탕이 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한글의 역할이라고 본다. 반만년 역사상 가장 힘들고 어두웠던 일제강점의 수난을 극복한 원동력은 바로 한글의 얼에 있지 않았나 한다.


​그래서, 만국 공용어인 영어를 배운 답시고 남의 말을 배우며 자칫 민족적 자긍심을 잊고 사대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자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들 가운데 우리말을 매우 사랑하신 분들의 저작들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3. 나의 서평 방식 소개


​블로그에서 책의 서평을 쓰시는 이웃님들을 보면 존경의 마음이 든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그토록 자세하고 정밀하게 서평을 쓰며 또한 자신의 생각을 옮기는 행위 그 자체는 대단한 글쓰기의 행위임에 틀림없다.


​이에 반하여, 나는 그들처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 작가의 여러 저작을 모두 읽어 보고 대충 내 생각을 느낀 그대로 옮겨 놓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내가 그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생각의 넓이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II. “우리글 바로 쓰기”의 이오덕 선생님



조만간에 올릴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소개할 이오덕 선생님은 초등학교에서 평생 교편을 잡으며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그 여느 대학의 교수보다 더 깊고 넓게 연구한 분이다.


선생님에 따르면,


​『진다, 된다, 되어진다, -에 있어서, 의, 와의, 과의, 에의, 로의, 의로의, 에서의, 로서의, 의로서의, 로부터의, 으로부터의, 에로의, 에게서, -에 다름 아니다, 의하여, 속속, 지분, 애매하다, 수순, 신병, 인도, 입장, 미소, 그녀, 미소 짓다』의 일본말, 중국말, 서양말의 불순물이 끼어 있지 않는 우리나라 현대의 문학작품이 거의 없다고 한다.


나는 오늘 소개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저작물들의 주제를, ‘신문, 현대소설, 회사의 문서, 법조문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족보 없는 외래어에 대하여 “병신말”이라고 까지 하시며 비판하여 우리말로 바꾸라!’는 뜻으로 새긴다.

III. “한티재 하늘 1•2”의 권정생 선생님


권정생 선생님은 이오덕 선생님과 10살 터울인데, 둘도 없는 절친이라고 한다. “몽실 언니”와 “강아지 똥”과 같은 명작동화를 쓰셔서 어린이들에게 잘 알려진 선생님이시며 역시 한글을 너무나 사랑하시고 또 아름답게 글을 쓰시는 분이다.


​아래는 권정생 선생님이 쓰시다 그만둔 유일한 장편소설 ‘한티재 하늘 1•2’를 소개하고자 한다.



권정생 선생의 소설 ‘한티재 하늘 1•2’를 읽었다!


​주제는,

우리나라의 역사, 특히 근•현대사를 구성해 온 주역은 바로 ‘무지렁이 백성’이라는 관점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물으면, 조선의 백성들은 거지반 ‘악으로 산다’고 대답할 것이다!”이다.


​이 주제를 부연하고자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굼기 있다. 죽은 사람은 죽고, 산사람은 또 그렇게 산다!’를 되풀이하여 넣은 듯하다.


이 소설의 배경은 안동, 청송, 봉화, 영양, 일월산 등이고 어린 시절 어른들께 들은 모습이 많이 나오며, 내 고향 경북 북부 산간지역의 사투리가 많이 나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용이 술술 읽힌다.


​역시, 나는 민초, 씨알, 민중, 백성과 같은 들풀이 주인공인 소설이 잘 맞나 보다.


아니다!


​그렇게 하다가 또 편식한다고 욕먹는다.


​하지만, 아무리 뭐라 해도 최참판댁 양반의 땅 찾기가 주요 내용인 박경리 선생의 “토지”는 1부 3권 이상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그나마 3권 까지는 동학사상이 기저에 깔려 있어서 잘 읽었는데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다 읽어보고 작가의 민족주의 사상까지도 꿰뚫어 봐야겠다.


IV. “사랑도 명예도”의 백기완 선생님


두말할 것도 없이 그냥 떠받들어 모시는 백기완 선생님의 자서전이다.


전체 479쪽이나 되는데 외래어가 하나도 없다.

정말 없다!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모두 옮겨 놓으셨다.


이런 책과 글은 태어나서 처음 보며 앞으로도 못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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