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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Feb 15. 2022

그리고 옷



  “언니, 00이 결혼식에 갈 거야?”

  퇴근하며 전화한 동생이 물었다. 

  “난 몰랐는데, 언제야?”

  “다음 주 토요일. 모바일 청첩장 보냈던데. 참석 못 하면 돈이라도 보내야지.”

  나와 아버지에게는 청첩장이 오지 않았다. 동생이 복사해 보내준 청첩장에는 사촌 오빠 부부의 이름과 신부의 이름, 결혼식 장소가 찍혀 있었다. 인원수 제한 때문에 부득이 못 모시는 분들을 위한 계좌번호도 나와 있었다. 

피싱이었다.      


  오랜만에 통화한 사촌 올케언니는 자신도 모르게 신부가 된 00의 근황을 전해주었다. 뭔가 일은 하고 있으나 완전 집순이로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디즈니 등을 모두 구독하고, 장수돌의 충성 팬으로 아직도 앨범과 굿즈를 사 모으며 나름 인생을 즐기고 있단다. 사촌 오빠 부부에겐 여전히 예쁜 딸이지만 남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는데, 그보다는 조카의 이성관이 워낙 뚜렷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뭔데요?”

  “다른 건 됐고, 오직 얼굴 하나만 본데요!”

  “흐음,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우리 애들도 그래요.”

  오래 만나지 않았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나누고 통화를 끝냈다. 돈은 미리 보내지 않았고, 무엇보다 결혼식에 가지 않게 돼서 다행이었다. 

  

  친구들과 만나거나 여행 갈 때 입을 옷은 많지만, 경조사가 생기면 아직도 입고 가야 할 옷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평소에는 비싼 돈을 들여 자주 입지 않을 옷을 살 필요를 못 느끼다가 경조사에 다녀오면 좀 장만해 둘걸 하고 후회한다. 예고 없이 가야 하는 장례식은 더 심각하다. 한 번은 급히 집에 있는 옷을 입고 갔는데, 밖에서 보니 재킷과 바지, 셔츠가 각각 다른 검은색이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두 잘 전 다녀왔던 결혼식에서 나는 내 또래가 입은 옷을 유심히 보았다. 고급스럽고 단정한 정장에 탑 핸들 백을 들고 심플한 액세서리를 한 사람을 보고 나도 저런 식으로 입어야겠다, 생각했지만 돌아와서 잊어버렸다. 몸은 전부터 그랬고, 언제부턴가 마음도 쇼핑이 즐겁지 않다. 심연은 심연대로 표면은 표면대로 돌봐야 하는데, 요즘의 나는 그냥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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