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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Aug 01. 2022

요가


  “여기 요가복도 있네. 당신 요가복 필요하지 않아?”

  남편이 말했다. 스포츠 용품 코너에 남편의 운동화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

  멋쩍어서 슬쩍 째려보았다. 

  “왜? 운동은 장비 발이야. 제대로 입고해야 기분도 나지.”

  남편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요즘 유튜브로 왕왕 왕초보 요가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하고 있다. 나는 원래 왼발이 두 개인 사람(어마어마한 몸치)이고 유연성은 제로인 데다 왼손잡이여서 요가를 해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아주 오래전 헬스클럽에서 요가반을 창설했을 때 몇 번 참석해 본 요가 수업의 여파도 한몫했다. 집에서 혼자 요가 매트를 깔고 하는 건 괜찮았다. 느린 호흡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도 맘에 들었고, 하는 동안 머릿속을 비우고 몸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도 좋았다. 

  못하면 어때. 입기에 불편한 옷이라든가, 비싼 값에 사두고 옷장에 오래 묵혀서 빛이 사라진 다음에야 가끔 들고 나오는 가방 같은 건 덜컥 사면서. 먹고 싶은데 값이 조금 비싼 체리나, 책상 위에 놓아둘 꽃 한 송이, 요가를 하느라 애쓰는 동안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줄 옷 같은 건 쉽게 외면해버리곤 했다. 

‘에잇, 나는 누구보다 나한테 잘해주고 관대해질 필요가 있어!’     


  “천천히 보고 있어. 나 요가복 보고 올게.”

  남편 옆에 서 있던 내가 돌아서며 말했다. 

  “응. 맘에 드는 거 있으면 사.”

  남편이 벽면에 진열된 운동화를 살펴보며 말했다. 

  마침 세일 중이었던 요가복을 이리저리 뒤적였지만 결국 사지 않았다. 당장은 뭘 사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입고 싶은지도 몰라서였다. 대신 걸을 때 입을 운동복을 샀다.      


  며칠 전 책을 읽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쓰즈키 교이치, 요시모토 유미가 함께 쓴 <도쿄 말린 오징어 클럽 지구를 벗어나는 법>이란 제목의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번역이 안 된 건지 책은 찾을 순 없었지만 제목만으로도 자유롭고 무애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유연해지면 생각도 나긋나긋해지려나. 오늘도 평상복인 체로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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