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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Aug 31. 2022

집 앞 작은 카페



   부분적 집순이인 나는 집에 있으면 웬만하면 나가지 않으려고 나 자신을 설득한다. 밀린 집안일을 조금 하고,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다 보면 하루가 한 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간다. 그래서 약속 없이 외출할 때는 대부분 즉흥적으로 나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곧바로 팝콘처럼 퐁, 튀어 나가야 한다. 옥수수 알갱이처럼 무심하게 지날 뻔한 상황을 떨치고 아이보리 색으로 부푼 마음을 따라 밖으로 나왔지만 시간이 애매하면 막상 뭘 해야 할지, 어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있다. 


  제법 선선해진 날씨에 커피숍보다 밖이 나을 것 같아 걸어서 대형마트에 다녀올까 했지만 사야 할 게 몇 개 없어서 그만두었다. 괜히 갔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까지 더 사 오고 싶지도 않았다. 식이요법을 하며 달콤한 탄수화물을 걷어낸 지 6개월이 지나자 부록처럼 삶에서도 군더더기가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천천히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돈 후 요즘 자주 가는 작은 동네 카페에 들어갔다. 조용하고 커피도 맛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에코백에 넣어온 책을 꺼내 읽었다. 


  올해 초, 처음으로 다이어리에 한 달에 책을 몇 권이나 읽나 적어 보기 시작했다. 달이 갈수록 나는 마음의 양식보다 숫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답다. 

  어제는 낮에 집에서 독서를 하다가 졸면서 책을 두 번이나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깜짝 놀라 집어 든 다음 뒤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읽었다. 1920년대에 쓴 책인데도 올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목은 <레몬>, 가지이 모토지로의 책이다. 같은 제목인 권여선의 <레몬>도 (역시 읽었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지만) 좋았(겠지. 권여선이니까)다. 

  작은 카페의 구석자리가 맘에 들었다. 자꾸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약속이 있는 내일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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