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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May 20. 2023

미술관에서



  “안에 입은 티셔츠는 자라 제품이고요. 겉에 입은 재킷은…….”

   며칠째 유튜브를 열혈 시청했더니 전신거울 앞에 서자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연이어 자랑할 ootd(오늘의 패션)는 없으므로 다음 말은 생략하고 집을 나섰다. 하늘은 푸르고 쨍한 초여름의 햇빛에 사물의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친구와 만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를 보러 갔다. 우리는 되도록 그늘을 찾아 걸었고 스치는 바람이 부드럽고 달콤했다.      

  

  미술관에서 여러 차례 유튜브로 선행학습을 한 걸 조금 후회했다. 그들의 지식과 감상이 덧입혀진 작품을 확인하고 슬그머니 다음 장면으로 건너가는 방식이었으니까. 인상적이었던 건 하얀색 레진과 스티로폼 등으로 자신이 만들었던 작품의 모형을 덕지덕지 모아놓은 Void(무휴, 공허)였다. 높은 곳에 올라앉아 느닷없이 북을 치는 소년과 세발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관람객을 구경하는 찰리, 로비와 입구에 있던 노숙인의 모습을 한 작품까지. 작가가 환기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좋았어?”

  동행한 친구가 물었다.

  “응. 너는?”

  “나도. 그런데 막 대단한 건지는 모르겠어.”

  친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살짝 미소 지었다.      

  

    보암직하고 들음직하고 먹음직한 것들을 따라가다가 나를 살피기 위해 가끔 멈춘다.

    ‘기분은 어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담장 위로 장미가 동그란 얼굴을 내미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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