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 진상은 고객일 수도 있고 직장 상사/부하, 옆집 이웃 또는 지인일 수도 있다. 진상들은 본인이 하는 짓이 민폐인 걸 정말로 모르는 걸까? 어쨌든 세상은 다양하고, 나도 누군가에겐 진상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근로자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이번 글은 카페에서 만났던 진상 고객에 대한 이야기다.
(출처: unsplash)
첫 번째 진상고객: "대신 결제해주시면 안 될까요?"
내 첫 진상고객님은 30대 정도로 보이는 직장인이었다. 그 고객은 주문대 앞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컵 한 개를 내려놨다. "포인트 적립 있으신가요?" 짧은 인사말과 함께 결제를 진행하려던 찰나, 고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고객: "저기, 사실 제가 오는 길에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나: "아, 그럼 다음번에 구매 도와드릴까요?"
고객: "아뇨, 제가 이 컵을 너무 갖고 싶은데 혹시 직원분이 대신 결제해주시면 안 될까요?"
나: "???" 고객: "제가 좀 이따 바로 계좌 이체해드릴게요, 어떻게, 좀 안 될까요?"
뭐랄까, 첫 번째로 든 생각은 대체 어디까지 서비스를 바라는 거지? 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돈이 없으면 사질 말아야지, 굳이 알면서도 이런 무리한 부탁을 왜 하지? 였다. 나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서 고객을 가만히 응시했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말한 걸까? '될 거 같냐?'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나는 근무 중인 사람.
"아, 죄송한데 저희 매뉴얼상-" 있지도 않은 매뉴얼을 만들어서 그 상황을 벗어났다. 어이가 없었다. 지갑 잃어버린 걸 나더러 어쩌라고. 그래도 고객이 상품을 원한다고 하니 '예약으로 도와드릴까요?' 다른 방법으로 도와주려 했으나 예약은 또 싫단다. 서비스직은 독심술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난 그러지 못해서 고객이 끝까지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두 번째 진상고객: 여기는 뭐 공짜빵 안 줘?
(출처: unsplah)
"어? 공짜빵 안 주냐고, 저기 옆에 매장은 뭐 이것저것 주더만"반말에, 우기기. 두 번째 진상 고객은 50-60대 정도로 보이는 고객이었다. 우리 매장에서는 빵을 비롯해 조각 케이크, 홀케이크도 몇 종류 판매하고 있었다.
이 고객은 들어올 때부터 불안했다. 매장 입구에서부터 시끄럽게, 거의 고함치듯이 들어오며 반말로 케이크를 주문했다. 빨리 포장해주고 내보내야지-라는 생각으로 케이크 포장을 빠르게 끝내고 건네며 '자, 이제 나가라'
끝났다 싶었는데 돌연 내게 말을 걸어왔다. 공짜빵?? 순간 나도 모르는 매장 이벤트가 있었나 싶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고작 케이크 구매한다고 빵을 주는 손해 보는 이벤트를 할 리가 없잖아?
나: "저희는 추가 상품 제공 없습니다"
고객: "아니, 옆에 매장은 이것저것 주는데 왜 여기는 안 주냐고?"
그럼 옆에 매장 케이크 먹던가. 왜 우리 매장 와서 난리지? 고객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딱 봐도 어려 보이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티가 났는지, 얕보인 것 같았다. 죄송할 필요가 없는데 서비스직이라는 이유로 나는 문장 첫마디마다 '죄송합니다만-'을 붙이며 몇 번이나 설명을 했다. 하지만 고객은 오히려 날 답답해하기 시작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대체 어떤 브랜드에서 이 고객한테 공짜빵 줬냐? 알아내면 죽빵을 쳐줘야지. 속으로 다짐하던 찰나, 매니저님이 오면서 상황은 아주 쉽게 종결 났다. 딱 봐도 차가워 보이고 '타협'이 안 될 것 같이 생긴 매니저님이 와서 내 설명을 듣고 "안 돼요"라고 하자마자 '알았어요' 하고 고객은 깔끔하게 나갔다. 성형 수술을 해야 할까 아니면 머리를 화려한 색으로 염색해서 불량스러운 티를 내야 할까.
세 번째 진상고객: 반말하고, 화내고-
(출처: unsplash)
세 번째 진상고객은 카페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고객들은 하루에 무난하게 5~10명 정도는 항상 유입된다. 그리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짜증을 내고 반말을 하며 외부 쓰레기 처리를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프랜차이즈 카페 같은 서비스직은 어린 나이의 직원들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서 연장자의 나이는 고작해야 30대 초반이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20대다. 그래서 그런지, 반말을 참 많이 듣는다.
"이거 계산해주고, 저것 좀 줘"
4-50대로 보이는 고객이었다. 계산대에 빵을 툭 던지면서 시종일관 반말을 해댔다. sns를 보면 가끔 손님이 반말해서 나도 반말로 응대해줬다-라는 통쾌한 일화가 떠돌아다닌다.
"네-다른 거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아마 그건 서비스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거나,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해 글로라도 대리만족을 하는 사람이 쓴 것 같았다. 아니면 정말로 다들 그렇게 잘하고 있는데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만 그렇게 못하고 있는 걸지도. 카드도 던지다시피 주고 포인트 적립 있냐고 물어보니 "응"이라고 답하고.
그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이니까 이해합니다. 당신도 나처럼 존댓말 써가면서
웃을 필요는 없죠.
고객: "그러니까, 여기 9층 사장님 차라니까?"
나: "고객님 죄송하지만 저희 주차 할인은 최대가 2시간입니다"
아, 진짜. '이만 꺼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입가에 맴도는 내 본심의 소리를 애써 삼키느라 힘들었다.
주차 할인. 매장에서 고객이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해야지만 2시간이 들어가고 이 이상으로는 넣어줄 수 없는 것. 이 주차 할인은 매장에서 순수 운영비로 지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넣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주차 할인을 요구하는 고객들은 반드시 영수증을 지참해서 직원에게 보여줘야 할인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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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객은 주차 할인 가능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결제 영수증을 들고 나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내 주차 할인을 해달라는 게 아니고 9층 사장님 차라고, 사장님!!"
고객이 짜증 난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퍽퍽 찔러대는 영수증에는 크게 휘갈긴 싸인도 있었다. 아, 그러니까 이 사장님이란 사람은 본인 사인까지 했으니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이 고객을 여기로 보낸 거지?
그쯤 되니 나는 9층 사장님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내가 혹시나 모르는 vip인가 싶어서 (잊지 말자 내가 일하는 곳은 카페다) 매니저님에게 물어봤다. 매니저님은 어이가 없다며 곧장 고객에게 찾아갔고 또 순한 양이 되어 순순히 돌아갔다.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나온다는 말이 진짜였다. 아, 그러니까 그냥 내가 개 만만해 보여서 그런다는 거지? 이런 진상 손님들은 내가 개인적으로 세워놓은 서비스 원칙에 큰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