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YMCA gym
캐나다 헬스장에서 고백 어택을 받았다. 러닝 중에
한국에서도 못 받아본 고백을 여기서 받다니.
당황 30% + 의심 30% + 웃김 40%의 날이었다.
여기는 몬트리올 YMCA 헬스장 3층, 트레드밀 존.
내가 좋아하는 왼쪽 끝엔 누군가가 뛰고 있으니,
오늘은 반대편 트레드밀 위에 착지했다.
이어폰을 꽂고 에미넴을 선곡하고
‘Not Afraid’에 맞춰 전투적으로 뛰고 있던 차
누군가 옆으로 다가왔다. 불쑥
‘아우 깜짝이야’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발이 허둥대며 속도를 늦췄다.
‘누구지? 음악 소리가 이어폰 밖으로 들리나? 내가 뭐 잘못했나?’ 난데없는 걱정 회로를 돌리고 있던 찰나.
178cm 정도의 키에 진갈색 머리의 백인계 갑작남이 말을 꺼낸다.
“sorry to bother you thou,
I just wanna let you know...
(방해해서 미안한데, 이거...)”
흔들리는 동공과 우물거리듯 낮은 목소리.
뭐라고요?라고 되묻기도 전에 명함 한 장을 쥐여 주곤 뒷모습만 남기며 사라지고 있었다.
‘뭐야? 외판원인가? 헬스장까지 영업 왔나?’ 싶어 손에 든 명함을 쳐다봤다.
앞면엔 옥스퍼드 대학 마크가 뽐내며 박혀있었고
뒷면엔 손 글씨가 적혀있었다.
Hi, salut! (안녕!)
I can't take you out of my mind
since I first saw you at the gym...!
(헬스장에서 널 처음 본 이후로 계속 생각나.)
Please call/email me! (연락줘)
'어? 음...? 내가? 나를?'
이번엔 나의 동공이 흔들렸다.
한 번도 ‘매력’이란 말 앞에 나를 놓아본 적 없었다.
기준보다 통통하고, 못생기고, 부족한 나였기에,
거울 속 나는 늘 기준 미달이었다.
그래서 좀 더 준비되면, 좀 더 괜찮아지면,
미래의 나야말로 멋진 사람이 될 거라 믿어왔다.
그런데 낯선 나라로 옮겨오니
그 기준마저 뒤바뀌어 있었다.
사람은 같은데, 사회가 바뀌니
관점이 변하는, 순간의 경험은
잔잔한 문화 충격의 파동을 남겼다.
이다지도, 출렁이는 기준이라면
자신감의 저당권을 사회 기준에 내맡기고 살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그래! 앞으로 차곡히 쌓여져온 지독한 셀프 심사자격을 고쳐나가보자.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거울 앞에서
예전보다 조금 더 다정히 나를 바라보게 됐다.
그저 한 장의 종이 덕분에
일상의 평온한 리듬에 변주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