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섯 Oct 14. 2016

서울의 밤2

스토리 기획자가 스토리에 글쓰다가 그만

0. 설마. 날아가 버렸다. 정말.

1. 술기운에 스토리에 글을 쓰다가 샤워를 하러 갔다. 씻고는 곧장 티비 앞에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2. 시간이 늦었네, 잘까 하다가, 아-참! 내 글.

3. 스토리를 켜보니 스플래시가 뜬다. 아 아 아. 자동 저장 혹시 설마 제발. 그런건 없다. 그래 나도 모르는데 그렇구나. 샤워도 했는데 땀이 다시 오른다

4. 8번까지 썼고 평소와 다르게 두어번 다시 읽고 몇 문장과 단어는 쓰임에 맞게 다시 고쳐 넣은 '서울의 밤' 이라는 내 짧지만 소중하고 다시는 똑같이 작성하지 못할 몇 문장이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5. 용량이 많아야 뭐해. 항시 데이터통신을 하면 뭐해. 내 문장은 이미 사라졌는걸. 리뷰라도 남기거나 고객센터에 돌려달라 말고, 고쳐달라 말해보고 싶다.

6. (내가 문의하고 내가 지라를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7. 아 정말이지 짜증난다.

8. 임시저장 되었거나, 글작성 화면에 일부라도 남았다면 좋았을텐데

9. (이제 다른 서비스를 살펴봄) 페이스북에 글을 쓰다가 앱을 종료하면 다시 글쓰기 화면에 쓰던 글에서 앱이 실행된다. 인스타도, 트위터도, 브런치도, 아 몰라.

10. 이런 기능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무도 공감 못해줘도 좋구, 우선순위가 낮아도 괜찮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내 글을 스토리가 지켜줬다면 난 고맙고 또 기분이 좋았을거다.

11. 그리고 나는 내 글이 날아가서 너무나 상심이 크다. 아무것도 다시 쓰고 싶지 않았다. 도둑 맞은 기분이다. 내 잘못이지만 스토리 널 탓하고 싶다.

12. 이 글을 스토리 기획자가 보고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13. 서울에서 밤에 쓰다 겪은 일들과 생각. 서울의 밤

매거진의 이전글 아! 아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