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기획자가 스토리에 글쓰다가 그만
0. 설마. 날아가 버렸다. 정말.
1. 술기운에 스토리에 글을 쓰다가 샤워를 하러 갔다. 씻고는 곧장 티비 앞에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2. 시간이 늦었네, 잘까 하다가, 아-참! 내 글.
3. 스토리를 켜보니 스플래시가 뜬다. 아 아 아. 자동 저장 혹시 설마 제발. 그런건 없다. 그래 나도 모르는데 그렇구나. 샤워도 했는데 땀이 다시 오른다
4. 8번까지 썼고 평소와 다르게 두어번 다시 읽고 몇 문장과 단어는 쓰임에 맞게 다시 고쳐 넣은 '서울의 밤' 이라는 내 짧지만 소중하고 다시는 똑같이 작성하지 못할 몇 문장이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5. 용량이 많아야 뭐해. 항시 데이터통신을 하면 뭐해. 내 문장은 이미 사라졌는걸. 리뷰라도 남기거나 고객센터에 돌려달라 말고, 고쳐달라 말해보고 싶다.
6. (내가 문의하고 내가 지라를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7. 아 정말이지 짜증난다.
8. 임시저장 되었거나, 글작성 화면에 일부라도 남았다면 좋았을텐데
9. (이제 다른 서비스를 살펴봄) 페이스북에 글을 쓰다가 앱을 종료하면 다시 글쓰기 화면에 쓰던 글에서 앱이 실행된다. 인스타도, 트위터도, 브런치도, 아 몰라.
10. 이런 기능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무도 공감 못해줘도 좋구, 우선순위가 낮아도 괜찮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내 글을 스토리가 지켜줬다면 난 고맙고 또 기분이 좋았을거다.
11. 그리고 나는 내 글이 날아가서 너무나 상심이 크다. 아무것도 다시 쓰고 싶지 않았다. 도둑 맞은 기분이다. 내 잘못이지만 스토리 널 탓하고 싶다.
12. 이 글을 스토리 기획자가 보고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13. 서울에서 밤에 쓰다 겪은 일들과 생각. 서울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