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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Aug 30. 2021

머뭇거리는 능력이 필요할 때

닭가슴살 같은 하루


퍽퍽한 닭가슴살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뜬금없이 닭가슴살이 먹고 싶었냐. 그럴 리가. 불현듯  인생이 참을  없을 만큼 팍팍하단 생각에 목이 메었기 때문이다. 열심히만으로는 부족한 현실. 10000% 열의를 다한  맞는지 자신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건가 싶기도 하다. 적당히 해도  사는 사람이 숱한데, 누군가는 죽을 만큼 열심히 해야지만 마음 놓고 한탄할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이상하다.


나는 대체로 (일상의 70~80% 정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지내는 편이다. 무던하며 애늙은이 같은 성격 덕분이다. 하지만 남은 20~30% 부정적인 기운이 한꺼번에 몰아칠 때면 상심에 허덕이는 나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지 난감하다.


 행동과 결과마다 그에 맞는 교훈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 하는 모든 고민과 경험이 미래에 반드시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었다. Connecting the dots. 매일 되새겼다. 그런데  허탈함이 목을 조여오는가. 차라리 호르몬 핑계를   있는 날이라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잘난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잘된 사람들에 대한 시기 질투. 이러한 감정이 드는 와중에 지금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여러 마음이 섞여 나조차도 나를 모르겠는 그런 날이 가끔, 있다.


#Seochon, #Daily, #Break


오늘날 우리는 중단, 막간, 막간의 시간이 아주 적은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은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고 중단하는 본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머뭇거림은 긍정적 태도는 아니지만, 행동이 노동의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데 필요 불가결한 요소이다.

- 한병철, <피로사회>


기계는 잠시 멈출 줄을 모른다. 머뭇거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기계처럼 살고 있었던 걸까. 좋아하는 글쓰기도 주야장천 앉아서 쓰기만 하면 피로할 수밖에 없다. 글감이 있어야 신이 나서 쓰는데, 새로운 생각과 경험은 '움직임' '휴식'이라는 양극단을 왔다 갔다 해야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글은 엉덩이 싸움이라고도 하지만,  싸울 필요는 없지 않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하고 싶을 ' 하련다. 하고 싶은 마음도 하고 싶을  해야 오래갈  있다. 나는 글을 오랫동안, 즐겁게 쓰고 싶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행위가 지겹거나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피로사회>에서 저자 한병철은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고 했다. 현대 사회는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으며, 이에 노출된 인간은 어떤 주권도 지니지 못한 채 노동하는 동물(animal laborans)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퍽퍽한 닭가슴살처럼 목이 메는 날이 있다면,  바삭한 치킨에  쏘는 콜라   먹고 하자. 모니터를 벗어나 신나게 떠들고 웃고 놀아보자. 푹신한 구름을 보며 마음을 다독여보자. 형형색색의 경치를 구경하러  발자국 용기 내어 떠나보자.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 한병철, <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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