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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Aug 26. 2021

저녁 여섯 시, 햇살을 켜 책을 읽었다

석봉이 체험


낮이 길수록 좋다. 해가 쨍할수록 좋다. 창문 너머 들어오는 빛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우선은 햇살이 너무 좋으니 눈을 감고 잠시 누웠다. 내리쬐는 밝은 세상에 얼굴까지 담갔다. 몸의 어느 한 부분도 빠트리지 않고 골고루 온기를 풍겨주니 더없이 따뜻했다. 마음속 어둡고 찬 기운을 한 톨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야무진 따스함이었다.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이 행복에 감사했다.


이렇게 광합성이 필요한 날이 있다. 매일    챙겨 먹는 영양제 덕분에 비타민 D 부족할 리는 없지만, 진짜 햇살을 받아야만 편히    있을  같은 . 먼지 섞인 공기라도 바깥세상의 것이니   감고 마시고 싶은 . 자연에 풀썩 기대고 싶은 그런  말이다. 


그런데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자유 대신 안정감을 선택당한 동물도, 일편단심 해만 바라보는 식물도, 소리만 없지 누구보다  역할을 하고 있는 사물도 이런 날이 있을  있다.


빨래가 말했다. 건조기에서 순식간에 뽀송뽀송해지긴 하지만, 왠지 오늘은 햇볕으로 천천히 말려지고 싶은걸. 


책이 말했다. 세련된 LED 조명도 좋지만, 왠지 오늘은 투박한 햇볕으로 읽히고 싶은걸. 


#Book, #Sunshine, #Happiness


인위적인 조명이 아닌 자연의 빛으로 책을 읽을  있는 시간. 그러니까 햇살이 온전히 담긴 활자를 눈에 담을  있는 시간.  자연스러움이  좋더라.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권과 창문 하나, 반짝이는 햇살만 있으면 충분하다. 가을이 오기 ,  번쯤 늦여름 햇살을  책장을 넘겨보길 추천한다.


전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해가 떠있는 시간이 훨씬 소중했을 것이다. 밤이 되면 보고 싶은 것을 촛불 옆에 이리저리 갖다 대야 겨우   있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빛이 넘쳐나다 보니 햇살의 소중함이 옅어졌다. 원할 때면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것들을    있고, 불을 켜서 책을 읽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당연한 것들이, 편한 것들이 많아지는 세상에 감사하면서도 때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두운 , 조막만  빛으로 석봉이는 글을 쓰고 어머니는 떡을 썰던 시절이 우습게도 그리워지는 센티한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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