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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Sep 19. 2021

고독 주의사항

매년 찾아오는 명절증후군


유독 명절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보내는 시간, 오갈 데 없는 이들의 우울감은 급속도로 커지기 쉽. (모여 싸우는 일도 흔하지만 우선은 같이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 평소에는 그렇게 지겨웠던 시끌벅적함이 문득 그리워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번 추석 연휴는 꽤 길다.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무려 5일이다. 어떤 이는 여행 계획을 짜기도 하고, 친정과 시댁을 며칠씩 다녀올 건지 고민하는 이도 있으며, 또 누군가는 사무치는 외로움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무엇을 하든 몰입하기에 꽤 긴 시간이다, 5일은.  


나는 작년부터 명절과 관계없이 정해진 근무 스케줄에 따라 쉬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명절만의 특수한 환경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 1월 1일, 퇴근길에 탔던 버스 안의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새해 첫날에 근무를 하다니, 옛날의 나였다면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연휴에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을 보고 있자니 동병상련을 느꼈다. 명절에 느끼기에는 생경한 감정이었다. 오히려 남들 일하는 평일에 쉬는 날이 많으니 사실  자신을 가엾게 여길 것까진 없는데, 괜히 센티해지는 때가 있다. (지금은 가을 탓이라 핑계 대보련다.) 걷다가 코 끝을 스치는 명절 냄새에 마음이 저릿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긴 연휴에 나만 따로 노는 기분은, 마치 모두가 저 앞에 있는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나 혼자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역행하는 기분이다. 명절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이런 종류의 명절 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명절 증후군: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증상을 겪는 것.  


추석을 앞둔 일요일, 근무 중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나밖에 없었다. 자주 가는 식당인데 코로나로 부쩍 손님이 줄어든 듯 보였다. 아무리 명절 연휴라 해도 한 팀이 없을 줄이야. 심지어 영업을 안 하는 줄 알고 문 앞에서 들어가길 잠시 망설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평소라면 여전한 코로나가 무서워 손님이 적은 게 마음이 편했을 텐데, 오늘은 좀 달랐다. 사장님의 따뜻한 환대에도 외로움이 가시질 않았다. 빠르게 돌아가는 TV 채널에 마음 두는 척을 할만한 곳조차 없었다. 사장님도 손님이 없어 속상한 마음에 애꿎은 채널만 계속 돌린 걸지도 모르겠다.


니나, 나도 고독이 필요해요. 그러나 나는 그걸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요, 너무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이었어요.

-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생긴다. 고독도 마찬가지다. 인생에는 고독의 자리가 필요하고, 보기보다 고독의 순기능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독에 침잠해 오래도록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내가 선택한 자발적인 고독 일지 몰라도, 자신의 감정이 컨트롤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버리면 힘들어진다. 내가 나를 다루는 일이 한층 어려워진다. 고독에 몰입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처럼 빠져나오는 법도 연습을 통해 능숙해져야 한다.


긴 연휴기간. 누군가는 꿀맛 나는 휴식을 아쉬워하며 연휴의 끝을 붙잡고 싶을 테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5일간의 고독을 선고받았다고 느낄지 모른다. 고독에 '선고'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비자발적으로 혼자 있어야 하는 5일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에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막상 연휴가 끝나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 소음에 금세 짜증을 느끼는 자신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5일의 고독이 그대에게 독(毒)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혼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5일의 자유에 결국은 감사해하며 연휴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깜깜한 어둠 속 용기 내어 빛나고 있는 작은 별을 보며 간절히 바라본다.



혼자여서 편안하고,

자유로워 더욱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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