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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Sep 02. 2021

고독도 단짠처럼

선택적 고독


거실에 모여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평온한 일상 중 하나다. TV를 보면서 다음 장면을 추측하며 토론을 하거나. 강아지와 놀아주면서 웃고 떠드는 것. 공통점은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대화를 나누는 행위에 하나의 행위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이야기 + (저녁 먹기 or TV 보기 or 강아지랑 놀기)


이렇게 두 가지 행위를 동시에 해야 편안하다. 유일하게 엄마만, 대화에 집중하게 TV를 끄라고 하거나 밥을 다 먹고 나서 갑자기 이야기를 하자며 모두를 다시 부를 때가 있는데, 가족들은 이를 별로 반기지 않는다. 왠지 엄숙한 가족회의를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쯤, 연말연시에 가족회의를 하는 건 좋지만 그게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이 되면 피곤한 건 사실이다. 어떤 행위가 됐든 베이스로 깔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베이스로 두는 행위는 결코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를 더 풍요롭게 하고 끊기지 않게 한다.


우리 가족은 아빠, 엄마, 나,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다섯 명이다. 사람이 다섯이니 생각도 다섯 개고 입도 다섯 개다. 한 명이 이야기할 때 네 명이 온전히 집중하는 게 느껴지면 짜릿하다. 신이 나서 계속 말하고 싶지만 멈출 수밖에 없다. 서로 양보해야 한다. 입이 다섯 개니까. 솔직히 대화 주제에 따라 모든 이가 집중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한 명 이상은 핑퐁을 해주기에 대화는 계속된다.


그렇게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 일어나 조용히 방으로 이동한다.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냈으니 이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 걸 먹고 나면 짠 게 생각나고, 짠 걸 먹으면 단 게 생각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짠: 단 것을 먹은 후 짠 것을 먹고 이를 반복하면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는 뜻 (출처: 오픈사전)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그다음은 혼자 있을 차례다.


오롯이 혼자일 때에는 나의 마음 상태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알차게 혼자인 시간을 즐길 것인지, 아니면 우울하게 혼자라서 외로워할 것인지. 고독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지름길은 '혼자 있는 나'를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나를 작고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고독은 나를 어둠으로 데려간다. 반대로 내가 크고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고독은 나를 빛으로 데려간다. 즉, 나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고독이 빛과 어둠 중 어느 쪽을 연결하는 통로가 될 것인지 정해진다. 오직 '나'에게 집중하는 고독의 순간,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삶이 바뀐다.


고독은 나를 무력화할 만한 힘을 갖고 있지 않다.


고독은 그저 고독일 뿐이다. 이를 다루는 건 내 자유다. 내가 고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 고독할지. 어떻게 고독할지. 살면서 고독을 어떤 친구로 둘진 내가 정하기 나름이다. 그러니 좀 더 당당하게 고독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왜, 영어 처음 배울 때 자주 하는 말 있지 않나.


고독이 Hi~ Nice to meet you:)




사람은 고독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느낀다.

-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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