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그래도 여기는 도서관이니까

어쩌면 다들 쉬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by 주소영

도서관은 아이들의 시간이 스쳐간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 손을 잡고 들어오는 아이.

조용히 책장을 넘기다

종이 울리면 아쉬운 눈으로 일어서는 아이.

어떤 날은 그저 잠깐 앉아 있다 가는 아이도 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책을 정리하고

아이의 시선을 따라 걷고

그 자리를 함께 채워간다.


수업 시간엔

책과 아이들이 함께 머무는 풍경이 펼쳐진다.

선생님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도서관은 배움의 공간이 된다.

그 한가운데에 나는 조용히 머물러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도서관은 조금 달라진다.

학년마다 쉬는 시간이 달라

세 번의 물결처럼 아이들이 몰려든다.


책을 찾는 아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쉬는 아이,

친구와 나란히 책장을 넘기는 아이.

그리고 아무 목적 없이 둘러보다 웃고 나가는 아이까지.


그 시간 동안

나는 앉을 틈도 없이

아이들을 맞고,

책을 건네고,

눈짓 하나에도 마음을 쏟아야 한다.


도서관은 늘 조용하지만은 않다.

어떤 날은 속삭임으로,

어떤 날은 소란으로 채워진다.

그 모든 순간이 이 공간의 진짜 얼굴이다.


그날은 5·6학년 점심시간이었다.

6학년 남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무리를 지어 쏟아져 들어왔다.


책을 읽으러 온 건 아니었다.

서가 사이를 뛰어다니고,

의자를 밀며 장난을 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책을 펼친 아이들 옆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었다.


나는 여러 번 말을 건넸다.

처음엔 웃으며,

그다음엔 조용히 다가가 눈을 맞췄다.

그만하자고 말도 했고,

부탁도 해봤다.


하지만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웃음은 점점 커졌고 더 가벼워졌다.


그 순간, 도서관은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을 모두 내보냈고

그제야 조용해졌다.

도서관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내 마음은 고요하지 않았다.


나는 늘 생각해 왔다.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잠시 앉아 쉬었다 가는 것도 좋다고.

친구 따라 한 바퀴만 돌다 나가도 괜찮다고.


도서관은 그런 곳이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그 마음을 내가 먼저 놓칠 뻔했다.


나도 지쳐 있었고,

소란을 조용히 감싸기엔

내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오후엔 담임 선생님들께

조심스럽게 협조를 요청드렸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는 건 고맙고 반가운 일이에요.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도서관이니까요.”


나는 이 공간을 좋아한다.

책이 있고

머물를 수 있는 여백이 있고

아이들과 내가 조용히 공존할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을 지키기 위해

오늘 나는

아이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나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곳을

어쩌면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만 그 방식이 서로 달랐던 것뿐.


나는 오늘,

조금 무너졌고

그래서 내 마음을 더 조심히 다시 세웠다.


그래도, 여기는 도서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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