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다들 쉬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서관은 늘 아이들의 시간이 스쳐간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 손을 잡고 들어오는 아이.
조용히 책장을 넘기다
종이 울리면 아쉬운 눈으로 일어서는 아이.
어떤 날은 그저 잠깐 앉아 있다 가는 아이도 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책을 정리하고
아이의 시선을 따라 걷고
그 자리를 함께 채워간다.
수업 시간엔
책과 아이들이 함께 머무는 풍경이 펼쳐진다.
선생님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도서관은 배움의 공간이 된다.
그 한가운데에 나는 조용히 머물러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도서관은 조금 달라진다.
학년마다 쉬는 시간이 달라
세 번의 물결처럼 아이들이 몰려든다.
책을 찾는 아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쉬는 아이,
친구와 나란히 책장을 넘기는 아이.
그리고 아무 목적 없이 둘러보다 웃고 나가는 아이까지.
그 시간 동안
나는 앉을 틈도 없이
아이들을 맞고,
책을 건네고,
눈짓 하나에도 마음을 쏟아야 한다.
도서관은 늘 조용하지만은 않다.
어떤 날은 속삭임으로,
어떤 날은 소란으로 채워진다.
그 모든 순간이 이 공간의 진짜 얼굴이다.
그날은 5·6학년 점심시간이었다.
6학년 남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무리를 지어 쏟아져 들어왔다.
책을 읽으러 온 건 아니었다.
서가 사이를 뛰어다니고,
의자를 밀며 장난을 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책을 펼친 아이들 옆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었다.
나는 여러 번 말을 건넸다.
처음엔 웃으며,
그다음엔 조용히 다가가 눈을 맞췄다.
그만하자고 말도 했고,
부탁도 해봤다.
하지만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웃음은 점점 커졌고 더 가벼워졌다.
그 순간, 도서관은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을 모두 내보냈고
그제야 조용해졌다.
도서관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내 마음은 고요하지 않았다.
나는 늘 생각해 왔다.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잠시 앉아 쉬었다 가는 것도 좋다고.
친구 따라 한 바퀴만 돌다 나가도 괜찮다고.
도서관은 그런 곳이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그 마음을 내가 먼저 놓칠 뻔했다.
나도 지쳐 있었고,
소란을 조용히 감싸기엔
내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오후엔 담임 선생님들께
조심스럽게 협조를 요청드렸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는 건 고맙고 반가운 일이에요.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도서관이니까요.”
나는 이 공간을 좋아한다.
책이 있고
머물를 수 있는 여백이 있고
아이들과 내가 조용히 공존할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을 지키기 위해
오늘 나는
아이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나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곳을
어쩌면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만 그 방식이 서로 달랐던 것뿐.
나는 오늘,
조금 무너졌고
그래서 내 마음을 더 조심히 다시 세웠다.
그래도, 여기는 도서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