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은 열려 있다
점심시간이나 쉬는시간이면, 도서관은 수십 명의 아이들로 가득 찬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책장을 뒤지고 자리를 차지하고 말없이 앉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기 앉아도 돼요?”
“이 책 또 빌릴 수 있어요?”
나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 하나 안내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제각각 자리를 찾아 흩어진다.
창가 스툴, 만화책 코너, 큰 테이블, 책장 아래 바닥 한 켠까지
도서관은 아이들로 꽉 차 있다.
시끄럽지 않은 소란.
조용하지 않은 평온.
나는 반납된 책을 정리하다 말고
아이들 쪽을 바라본다.
책을 읽는 아이,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
낙서를 시작한 아이, 친구랑 속닥이는 아이.
무엇을 하든 그냥 이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듯 보인다.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이 시간은 그대로 흘러간다.
모두가 이 공간에 익숙하고,
나는 그 익숙함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선생님, 이 책 다음 권 있어요?”
“응, 거기서 세 번째 줄.”
“찾았어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여기 있어도 돼요?”
“그럼.”
짧은 인사와 짧은 대답.
그 안에 다 들어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안다.
이곳은 그냥 있어도 되는 곳이라는 걸...
수업 시작 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책은 제자리에 꽂히고,
의자는 조용히 밀려 들어간다.
“선생님, 내일 또 올게요!”
“응. 잘 가.”
“안녕히 계세요.”
문이 몇 번 열리고 닫힌 뒤
도서관은 다시 고요해진다.
아이들이 있었던 자리에
따뜻한 공기만 남아 있다.
나는 다시 책장 쪽으로 걸어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런데 마음은 오래 따뜻하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았는데,
그게 참 오래 기억에 남는다.
“굳이 뭘 하지 않아도,
그냥 오고 싶은 공간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도,
도서관 문은 조용히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