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160시간

by 노엘리에

10월 24일 금요일.

160시간의 사회복지실습이 끝났다.

실습을 시작하기 전 많이 망설였다.


실습기간 동안 그 어떤 것도 하기 애매했다.

가장 크게 마음에 걸리는 것을 돈을 벌 수 없다는 게 불안했다.


20일을 돌아보니 매일 9시~10시에 일어나던 나를

오전 7시에 일어나 명상, 긍정확언, 아침밥을 먹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해 줬다.


게다가 평소에 화장도 잘 안 하는데 실습하는 날에는 꼭 화장을 하고 갔다.

어딜 가나 항상 늦던 나인데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스스로한테도 놀랍고 대견했다.


실습을 끝난 지금은 아쉽기보다는 개운하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

일하는 시간과 겹쳐서 방문하지 못했던 치과 예약, 서류 제출 등의 일정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늦잠도 잘 수 있으니까.


작년부터 미뤘던 실습이었기에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올해 안에는 실습을 무조건 끝내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실습을 끝내고 집에 가려던 찰나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어차피 집 가서 씻을 거, 그냥 맞고 가려고 했다.


우산을 안 챙겨 왔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자기 우산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남편이 데리러 온다고.

"그렇지만, 우산은 어떻게 돌려드리죠?"

"선생님 월요일에 서류 때문에 온다면서요. 그때 내 자리에 두고 가면 되지."

"몇 시에 올지 몰라요."

"그럼 우리 남편 차 타고 가요. 어차피 데리러 온대요."


그래서 얼떨결에 차에 타게 되었다.

'지하철역까지만 태워달라고 할까?

아니면 집 앞까지 가는 길을 알려드려야 하나?'


이야기하면서 길을 알려드렸고, 지하철역 앞에 세워 달라고 하니까

선생님 남편분이 "골목 안에 들어가야 해요?"라고 물으셨다.

"아, 네. 맞아요."라고 하니 집 앞에 내려주신다고 했다.


골목으로 들어가기 전에 짜장면 가게가 보였는데

"어 여기 그 가게네?"라고 이야기하셨다.

"아, 저기 아세요? 저 가게 저희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가게예요."라고 하니까

성시경의 '먹을 텐데'에 나온 가게라고 말했다.


그냥, 짜장면 먹자 하면 늘 가던 곳이라서 유명해진 줄도 몰랐다.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는 골목식당이라는 가게도 아신다고 했다.


집 앞에 내려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방을 던지고 우산을 챙겨 다시 밖으로 나왔다.


원래 7시부터 실습 보고서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전에 저녁을 먹어야겠다.


점심때 이용자들이 비 오는 날엔 칼국수, 돈가스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났다.

오늘 저녁은 돈가스다.


집 근처 돈가스 집으로 향했다.


메뉴판을 보다가 치즈 돈카츠로 정했다.

비가 와서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었고, 안심 돈카츠와 스페셜 모둠 카츠는

먹어 봤으니 오늘은 치즈 돈카츠를 먹기로 했다.

음식이 나오자 우동부터 먹었다. 그리고 샐러드와 밥을 먹으며

쭈욱 늘어나는 치즈 카츠를 먹었다.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집에 들러 노트북을 챙기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따뜻한 바닐라 라테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실습일지 1일 차부터 다시 열었다.


실습일지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쓰다 보면 이전 내용과 달라지기도 하고,

계속 보다 보면 눈이 빠질 것 같다.


17일 차부터 중간에 빠진 실습생 의견을 채워 넣고,

20일 차까지 맞춤법과 문장을 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1일 차부터 13일 차까지 처음부터 쭉 검토했다.

손이 너무 아팠다.


13일 차까지 마무리하려던 와중에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갑자기 노트북의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았다.

"이거 마감을 알리는 신호인가. 그만하고 집 가서 마무리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노트북을 챙겨 카페를 나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누웠는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왔다.


전날 실습 보고서를 마무리하겠다고

새벽 3시까지 안 자고 있었던 영향이었다.


그렇게 10월 24일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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