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는 것은 꽤나 많은 것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급여가 아직도 안 들어왔다.
그 때문에 핸드폰이 정지됐다.
매일이 스트레스였다.
기본적인 생활조차 못할 정도였다.
이런 억울함은 누가 보상해 주나.
실습 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
'돈이 언제 들어올까'
새로고침만 무한 반복했다.
실습하는 동안 돈 쓸 일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저녁은 민생회복지원금으로 해결했다.
여기저기서 받은 기프티콘으로 버텼다.
돈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치과도 가야 했고, 보건증도 발급받아야 했으며
가장 중요한 핸드폰 요금과 교통비를 충당해야 했다.
매일 초조함과 불안으로 점철됐다.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해야 할 일을 매번 까먹었다.
생각나는 대로 메모장에 적기 시작했다.
빨래 한 옷 정리하기.
침대 커버 바꾸기.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적었다.
그리고 없으면 불편한 것들을 적었다.
돈이 궁한 생활이 시작되면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다.
꾸밈비, 생활용품, 식사 등 다양했다.
참을 수 있는 것과 그저 내 욕망을 구분해서 메모장에 기록했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파마를 하고 싶었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사 먹고, 여행도 다녀오고, 예쁜 옷도 사고 싶었다.
지금 상황에선 모두 사치였다.
그렇게 내려놓다 보니
때로는 '내가 이걸 왜 계속하고 있지?'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인생 짜증 난다.', '인생 참 거지 같다.'
이렇게 된 상황에 스스로를 경멸했다.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과거의 나를 저주했다.
과거의 나 때문에 현재의 내가 괴롭다고 생각했다.
나는 뭘 해도 안 될 거라며 자책했다.
그렇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처럼 살든 아니든 어느 쪽이든 괴로운 건 마찬가지니까.
솔직히 미루고 싶을 때도 있고, 게으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온갖 핑계를 대며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핑계를 대는 사람들을 보며 혐오스러웠다.
그런데 나 스스로에겐 관대했다.
내로남불.
나 자신이 위선자 같았다.
특히나 돈 앞에서는 자존심 구기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그것은 누구한테도 들키면 안 될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돈 앞에서 비굴해지는 게 인간이다.
그 추악한 모습만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했다.
애써 삼켰다.
그렇지만 이게 나인걸.
이렇게 스스로를 혐오하면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에 과도하게 자신감이 있는 지를
스스로도 알려고 하고 있으니까.
가끔은 정신을 빼놓고 살 때도 있고, 대책 없이 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왜 이러나 싶기도 하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