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영화:장강 7호'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신탄진에 제조창이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남경마을"이다.
원주민은 아니었고 아이의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층간소음이 없는
주택에 살아보자는 우리 부부의 일치된 생각으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입주하게 되었다.
1984년에 준공된 이 집은 세 칸짜리 주인집이 있고 두 칸짜리 월세방이 한 지붕아래 같이 있는 구조였는데 두 군데 다 다락이 있었다. 리모델링 때에 이 다락을 이용할지 없앨지 고민하다가 조금 보강해서 주인집 큰 다락 하나는 난로를 들여놓아 이쁜 서재를 만들고 월세방 작은 다락은 총각시절부터 모아놓은 DVD를 비치하고 장비를 넣어 DVD영화방을 만들었다. 서재는 책 읽기도 좋아하거니와 겨울에 아이와 난로에 고구마 같은 것들을 구우며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픈 마음이었고 영화방은 모아놓은 백여 장의 DVD를 버리기도 아깝꺼니와 옛날 영화를 보며 내 시간을 누리고 싶었던 내 욕심이기도 했다. 결혼한 지 십수 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안사람은 처음 만들어진 날 슬쩍 본 이후엔 들어와 보지도 않는다. 온전한 내 욕심이 맞는듯하다. DVD방이 필요하다는 명분이었던 아이가 볼만한 애니메이션도 리모델링 결정 났을 때 당근마켓으로 구해서 비치하였다. 아이가 좀 자라니 그런 작고 아기자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참 좋아했다. 마음속으론 아이가 서재에서 책 보는 것에 재미를 붙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서재에서는 고구마 구워 먹기 바빴고 서재보다는 DVD방에서 시간을 더 오래 보냈다. 어른들 말씀처럼 자식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아마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DVD방이 정적인 책보다는 신기하고 영상이 틀어지면 더 이쁜 것도 이유인 듯싶기도 하다.
"아빠! 이거 귀여운데 한번 보자." 몇 번 해봤다고 그 작은 손으로 TV를 켜고 DVD를 익숙하게 플레이시킨다.
"장강 7호"라는 영화인데 이건 구매한 게 아니고 전에 여러 개를 얻었을 때 DVD묶음에 끼워져 있던 거였다.
주성치 님의 영화는 B급감성이 강하여 나하고는 잘 맞지 않았고 아이가 고르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보지 않았을... 어쩌면 있는지도 몰랐을 영화였다. 더군다나 한국어 더빙이 아닌 버전이다 보니 영화의 끝날 때까지
한국어 자막이 익숙지 않은 여름이를 위해 1인 다역의 성우역할까지 해야 할 판이니 아이가 보자고 했을 때 알았다고는 했지만 곤혹스럽기도 했다.
장강 7호는 우연히 같이 살게 된 강아지처럼 생긴 초능력이 있는 외계생명체에 주인공 아이가 붙인 이름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과 서사들이 펼쳐지면서 이영화는 사랑과 헌신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난하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아버지가 곁에 계시다는 그 사실하나만으로도 세상은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주인공 아이의 생각과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많지만 돈이 없어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아이를 보듬어서 키우는 아버지의 사랑이야기였다. 물론 특유의 B급감성이 군데군데 녹아들어 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볼수록 점점 "어라..? 이거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인데..?"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영화에 빠져들었고 마지막 즈음 주인공 아이의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과하게 사용하여 죽게 되는 장강 7호가 너무 불쌍하다고 펑펑 울고 있는 아이를 내 품에 안아주고 달래고 있었다. "사랑과 헌신" 아이의 눈높이에서 깨달음을 주게 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유치할 수 있으나 아이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그 후로도 아이는 이 영화를 몇 번을 더 보았다. 나의 어색한 성우역할이 없어도 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