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배운 자리에서 다시 사랑으로

by 옆길

오늘은 우리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이 브런치를 구독하고 있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약간의 부담감도 들지만 그럼에도 솔직하게 써내려가고 싶다.


나는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사람은 아니다.
항상 안정적인 삶을 추구했고 아마 지금 회사를 5년이 넘게 다니고 있는 것도 ‘도전’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아직 생소하고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나라,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업무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좋은 영감을 주고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일본에서 여러 좋은 것들을 느끼고, 무더운 여름을 지나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문득문득 엄마 아빠 얼굴이 스치곤 한다.


항상 날 믿어주고 응원해주던 그들의 웃는 얼굴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단 한 번도 해외를 나가본 적 없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날이 선선해질 때 내 돈으로 비행기를 예약해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이가 들기 전, 내가 나중에 ‘왜 이것도 못 해줬을까?’ 하는 후회가 들지 않게 부모님이 줬던 사랑에 어느 정도 보답을 하고 싶다.


사실 이걸로 모든 게 보답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년 동안 일본에서 근무하겠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점차 느끼고 있다.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그들의 시선과 마음에 내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고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타인에 의해, 상황에 의해 상처를 받을 때면 요즘은 “내 옆에는 엄마 아빠가 있어 괜찮아” 하며 별일 아닌 듯 넘기곤 한다.


더 표현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더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도 아마 나의 아이가 생기면 부모님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귀국할 때마다 김포 공항에 마중 나오는 아빠.
매일 “밥은 먹었니?” “잘 지내니?” 묻는 엄마.
그리고 웃으며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는 두 분의 얼굴


올해는 꼭 엄마 아빠와 도쿄에서 같이 선선한 날 산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어린 날, 그리고 가끔 무너지는 날에도 어떻게든 나를 일으켜주려 본인들의 무릎을 꿇어 날 지탱해주던 그들의 팔
그 사랑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도 부모님에게는 한없이 투정부리는 작은 아기일 것이다.
부모님 앞에서는 덜 자라고 싶다.
어른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엄마 아빠 앞에서는 진솔하게 감정 표현에 거리낌 없이 투정부리듯 하고 싶다.


항상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 많은 응원이 되고,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고 있다고. 엄마 아빠가 내 엄마 아빠여서 정말 좋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해에는 꼭 같이 도쿄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
29살까지 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사랑해주고 응원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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