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선택

by 옆길

좋은 기회로 도쿄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3개월이 흘렀다. 새삼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예전에는 시간이 왜 이렇게 더디게 가는지 고민했는데, 요즘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어 아쉬움만 남는다.


얼마 전, 매니저님이 주재원 발령과 함께 내게 선택지를 물어왔다. 한국으로 복귀해 근무를 이어갈지 아니면 일본에서 1년 동안 새로운 경험을 이어갈지 마침내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내게 큰 만족을 주고 있었다. 나와 성향이 잘 맞는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안정감,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새롭게 발견하는 나의 모습들 업무 시야의 폭이 넓어진 건 물론이고 예전처럼 사소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된 것도 내겐 분명 좋은 신호였다.


삶이 무겁게만 느껴질 때 새로운 기회와 환경을 제공받는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그래서 “무엇을 선택했느냐” 묻는다면 오히려 되묻고 싶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나는 일본에서 근무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는 조직이 파이낸스 즉 자금팀으로 바뀌는 것이다.

물론 언어라는 한계 앞에서 매일 공부를 이어가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일본인 동료들의 말을 조금씩 알아들을 수 있을 때면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회사 생활 속에서 수많은 감정을 겪었지만 결국 나를 성장시켜 준 건 이 회사였다.

때로는 퇴사를 생각했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 순간들을 버텨낸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 말하는 이들에게 나는 종종 이렇게 답한다.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보는 건 어때?"


물론 안다. 버티는 건 자존감을 갉아먹고 나를 무너뜨리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끝내 버텨낸 사람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다만, 감정을 희생하면서까지 무작정 참으라는 뜻은 아니다.


한국으로 돌아가 내 자리를 다시 찾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일본에서 새로운 시야를 넓히는 게 맞을까 많은 고민 끝에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안정적인 삶도 분명 내가 추구하는 방향 중 하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대화의 폭, 그리고 사람과의 연결에 더 투자하고 싶었다. 그것이 결국 더 ‘나다운 선택’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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