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

by 옆길

일본에서의 마지막 주말을 후회 없이 보냈다.

비가 내렸지만 그 비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운치를 즐기며 동료들과 함께 디즈니씨를 거닐었다.

흠뻑 젖은 공기와 웃음, 그 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은 도쿄타워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돌아가고 싶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실, 나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다.

학창 시절엔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고, 스무 살 이후로는 나 자신을 의심하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세 달 전의 나에게 물어봤다면 아마 “20살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 말이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전보다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과거를 후회하고 미련을 가져봤자 현재의 나를 바꾸지는못한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내일의 내가 오늘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도록 살아가고 싶다.


물론, 이것이 완전히 진심의 목소리만은 아니다.

나도 가끔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가령 학창 시절로 돌아가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하고 아쉬워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아마 그때의 이유와 의미에 따라 동일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삶을 살다 보면 언제나 좋은 선택만 할 수는 없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때로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나에게 조금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직 나를 짓누르는 아픔과 후회들이 남아 있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 과거를 밑거름 삼아 조금 더 신중하게,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이번에 읽은 책 '다정한 사람이 이간다'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다.


“과거는 더 이상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아니라 내 길을 단단히 만들어 준 디딤돌이 된다.

삶은 누구도 보지 않는 링 위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이다.

이제는 쉐도우 복싱을 멈추자. 링 밖으로 나와 햇살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 하나면 충분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때때로 흔들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싸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끌어안는 순간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평화를, 그리고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과거의 나와 쉐도우 복싱을 하며 싸우는 건 결국 나 자신에게 상처를 내는 일이다.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은 아프면서도 정작 우리는 자신을 괴롭히는 일에는 왜 무뎌질까

가장 먼저 보듬고,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일텐도 말이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때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순간을 그냥 즐겨.충분히 그런 선택을 할 이유가 있었어.”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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