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 자신이 자라던 고향에 대한 추억을 품고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의 내 모습, 그 시절의 이웃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집전화로 이어지던 웃음소리들까지 그 모든 것이 따뜻하게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나는 문득 그 시절을 찾아가 보았다.
오랜만에 들른 초등학교 앞에는 익숙했던 문방구가 사라져 있었다.
그 문방구는 내 어린 시절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무서운 이야기 책을 하루 만에 읽고 버리던 기억, 단골이라며 사탕을 건네주시던 사장님
그 모든 사소한 순간들이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서 있으니 그리움보다는 변화가 먼저 보였다.
시간의 흐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변해가는 풍경들 속에서 내 안의 작은 아이만이 여전히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당시에 살던 빌라를 찾아가 보았다.
놀랍게도 그곳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1층에는 카센터가, 2층에는 수학 학원이 그대로였다.
그 익숙한 풍경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가끔은 철없던 그 시절이 그립다.
사실 지금도 철이 든 사람은 아니지만 운동장에서 뛰놀며 웃던 그때의 나를 손바닥 위에 살짝 올려놓고 따뜻하게 감싸 안고 싶다.
그래서일까, 그 동네를 지날 때면
“여기 감자탕집 아니었나?” 하며 무심코 중얼거린다.
시간은 흘러가고 나는 나이가 들겠지만 지금의 이 순간이 언젠가 과거가 되었을 때 내가 좋아하던 것들이 하나쯤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앞으로의 시간을 견뎌낼 작은 희망이 되어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