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불안감으로 인해 삶이 흔들리지는 않지만 29살이 시작된 그 시점부터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 불안감은 여러 방면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5년을 다닌 회사에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난 이룬 게 없어.”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고개를 들었고 장기 연애의 끝에서 마주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들이 마음속을 휘어감듯 검은색으로 칠해져 갔다.
특히 어릴 때부터 결혼을 일찍 하고, 아이를 일찍 낳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나이가 들수록 “나는 결혼할 수 있을까?”, “못 하면 어쩌지?”라는 불안한 목소리가 밤마다 내 마음을 잠식했다.
그럴 때마다 베개는 얕은 호수처럼 젖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기에 지금의 나는 이전과는 다른 멘탈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내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었다.
책도 많이 읽고,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글을 쓰며 스스로에게 묻고 답했다.
그러다 어느 날 결론에 다다랐다.
우선,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운 내가 아이를 낳는다고 가정해보았다.
한 아이의 인생에서 그 아이의 반짝이는 눈은 언제나 나를 바라볼 것이다.
그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인 ‘엄마’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감정을 고스란히 쏟아낸다면 그 작은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그 결론에 닿은 뒤로 나는 감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노력했다.
가끔 올라오는 우울감과 고독함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결혼 또한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성급하게 먹은 음식이 체하듯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 흐려지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아직 나의 인연이 오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그 에너지를 일에 쏟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전과 다르게 회사에서 인정받는 내 모습이 좋아졌다.
‘앞으로 뭐든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회사에서의 고민도 달라졌다.
“모든 상사에게는 한 가지라도 배울 점이 있다.”
이 마인드로 일을 바라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수동적으로 근무했다면 지금은 능동적으로 ‘우리 팀에 필요한 것’을 찾고 실행한다.
그 변화가 나에게 작은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 세 가지 문제 사이에서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삶은 바쁘게 흘러가는 챗바퀴 같다.
그럼에도 가끔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어쩌면 삶이 더 재미있어지는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도 모두 이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그들이 지나온 길을 나도 걷고 있을 뿐이다. 스물아홉의 끝, 그리고 서른의 시작은 무언가를 잃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막을 여는 순간이라고 믿는다.
혹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지금도 그 마음이 날 힘들게 한다면
괜찮다고.
정말 잘 해냈다고.
그런 생각을 할 줄 아는 당신이 참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