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수 생활 계속해야 하는 걸까?
와... 이럴 수가...
브런치에 규칙적으로 글 올리기는
올해 새해 계획 중 하나였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신이 하나 없이 생활했지만,
거의 한 달 만에 브런치에 글쓰기라니...
내 글에 관심 가져주시고 기다려주시고
구독을 눌러주신 독자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이런 거?
예상치 못하게 돌덩이가 굴러 들어오는 바람에...
내 생활 전체가 흔들리고
그거 처리하고 다시 재조정을 하느라
거의 한 달 동안 브런치에
글 쓰는 여유를 잃어버렸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 마지막으로 쓴 글이,
미국 교수 생활의 장점이었는데...
이번 글은 미국 교수 생활 하면서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의
현타 오는 순간들에 대해 기록하고 나눠보고자 한다.
가장 현타 오는 순간
Bachelor 졸업장 들고 갓 졸업한 학생들보다
박사 졸업한 내가 연봉 낮을 때...
그렇다. 분야 그리고 학교에 따라 물론 다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Industry market에 비교해 보면
아카데미아는 연봉이 낮은 편이고,
내가 교수직을 하고 있는 초등교육 분야는
더더더 연봉이 낮다.
물론 한국에서 교사로 일할 때 비해서는 훨씬 높다.
하지만,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다한들,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이다.
미국 사회가 교사에 대한 처우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고,
미국 교사들도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는
연봉이 낮은 편이며,
그런 요인에 비례하여 교육학 교수들의
연봉도 높지 않다.
교사들에 비해 조금 더 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특히나, 나는 교수로 임용될 당시
학생 비자 만료도 코 앞에 당면하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힘들게 임용고시 통과해서 교사자격증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교사 자격증이 없는 관계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 대학에 임용되는 것이
굉장히 desperate 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연봉 협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잡오퍼를 accept 했었다.
그래서 초기 연봉이 낮은 편이었는데,
경기 안 좋다고 초기 몇 년 동안
계속 연봉 인상이 없었고,
이제 좀 인상 있지만
물가 상승률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가장 문제는,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연봉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
주립대학교라 그런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Assistant professor에서 5년이 지나
Associate professor로 갈 때 한번 연봉 오르고,
또 5년이 지나 Full professor로 될 때
한번 더 연봉이 오르는데,
내가 잘 버텨서 Full professor로 간다 해도
연봉이 6 figure가 안된다는 점...
R1대학과 같이 리서치 중심 대학으로 가면
첫 연봉이랑 연봉 올라가는 인상률이
좀 나으리라고 생각하지만
Private university가 아닌 이상,
인문계 쪽은 다 비슷비슷한 걸로...
다른 대학들도 그동안
매년 잡마켓에 나가서 알아봤는데,
다 거기서 거기.
Industry market이랑은 비교가 되질 않는다.
예전에는 그래도 가늘고 길게...
이 모토로 내 인생을 내비게이션 해왔지만,
요즘같이 금리도 오르고,
주식도 짱짱한 상황에서 보면,
빨리 돈 많이 벌고,
집 모기지도 빨리 갚고,
주식이나 CD에 돈 투자해서
빨리 은퇴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 낮은 연봉이 가장...
나에게는 고민이다.
지난 글에서 포스팅했듯이,
시간을 활용하는 면에서는
교수만큼 유연한 직업도 없는 듯.
수업을 하거나 미팅을 하는
고정된 시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시간은 내가 스케줄을 정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가 있다.
하지만, 교수직을 하면서 뭔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자유롭지가 않다.
일반 회사원이나 industry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풀타임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이용해서
프리랜서로도 추가 수입을 만들 수도 있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Conflict of Interest (COI)라고 해서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교육 사업을
추가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
제약이 많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봉도 낮은데
추가 수입을 만들기가 까다롭고 복잡해서
결국은 어려운 점이…
또 다른 현타 포인트로…
내가 뭔가 이 직업에 안정을 가지는 대신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구나 하고
매여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부분은
내가 요즘 점점 힘드네 싶은 내용인데,
사회 전반에서 교사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다 보니,
교육대나 사범대에 들어오려고 하는
학생들의 수도 점점 많이 줄어든다.
몇 달 전에... 교사가 되느니 코스트코 직원 되는 게 훨씬 좋다는 밈도 꽤 인기가 많았는데...
씁쓸하지만 연봉이나 처우 면에서는 그게 맞다.
그리고 미국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교사들이 정말이지 홍역을 치렀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원격으로
수업하라고 그러지,
때때로 하이브리드로 수업을 하는 학교에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온갖 잡무들은...
고스란히 선생님들의 몫이었다.
다들 위험하다고 재택근무로 돌리는 상황에서도,
교사들도 first responders처럼 행동할 것을
기대하고 의사나 간호사들처럼
대우나 존중은 사회적으로 받지 못하였다.
내가 처음 임용 됐을 때만 해도 교육대나 사범대는
Cash Cow로 불리고, 우리 대학 내 다른 과에서도
어떻게는 우리 학교에 교양 과목 하나 개설해 보려고 난리들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팬데믹 이후로 등록생 수가 급격히 떨어지더니...
이제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 더 모집할 수 있을지,
Community College로 가는 애들도
수업 시수 줄이고 등록금 줄여서
데리고 와야 된다는 말을 하니...
당연히 매 학기 만나는 학생들의 수준에도
급격한 차이를 보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A를 가르치려면 1시간의 노력이 필요했다면,
지금 내가 만나는 학생들은
A를 가르치려면 더 많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3-4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 Fair 할까...
똑같은 자료로 똑같이 가르쳐도
몇 년 전 학생들에 비해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가르치고, 더 반복해서 가르치고,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한마디로 베이비시팅 (Babysitting)
한다는 느낌으로...
정말 이 부분은
나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떨어지게 만든다.
이 현타포인트도 내가 교수라는 직업의 장점으로
생각했던 안정성과 관련된 부분과,
대치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서
나도 요즘 굉장히 헷갈리는 부분이다.
인공 지능의 발달이 어떻게
내 현재 직업에 영향을 끼칠까.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그렇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배우고 경험해 왔던
다른 혁명들과는 다르게
Chat GPT로 표면화되고 있는
인공 지능 (Artifical Integlligence: AI)의 발달은
교수라는 내 직업 안정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 대학이 시간이 지난다고
AI 때문에 완전히 없어질 것 같진 않고,
교사 또는 교수의 역할이 아예 AI로
대체되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하는 일에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칠 것 같고
지금 하는 일들의 많은 부분들이 그 역할에 있어서 축소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학생들과 레슨플랜을 Chat GPT에게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 하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Chat GPT가 만드는
레슨플랜의 질이 Perfect하지는 않지만,
꽤나 완성도가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는 면에서도
내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Chat GPT에게 물어보니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고 체계화하고 프로젝트 운영 방법까지 제안해 주는데,
준비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얼마나 편한지...
리서치 분야에서도,
문헌 연구를 위해서 주제에 관련된
literature 찾아 달라고 하니...
얼마나 똑똑한지, 시간을 엄청 절약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대학에서도 AI관련에서도
교원 연수도 많이 하고...
뭔가 세상이 엄청 빠르게 변하하고 있는데,
이 아이보리 타워 (Ivory tower)에서는
혼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느낌?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퇴물로 치워지는 건 아닐는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
실제 많은 기사에서 AI가 기존의 다른 혁명들과는 다르게, 지식을 기반으로 일하고 있는 White-collar workers 들을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https://www.cbsnews.com/news/what-is-generative-ai-job-exposure/
물론 교육자는 인간성이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완전히 대체될 거라고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AI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어디까지 산업에 영향을 미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 교수라는 직업이
정년 제도라는 것만 가지고,
안정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마지막 현타 포인트는 이 직업이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건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제 이 직업이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물론 보람이
느껴질 때는 있다.
하지만 not all the time.
보람보다는 약간 돈 받고 서비스한다는 느낌? 이 들기 시작한 지 꽤 됐다.
한 반에 20명 중 2-3명 정도는 내가 하는 이 교육이정말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는 직업이다라는 생각이들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더 심해지긴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내가 등록금을 냈으니까
너는 이 정도 서비스는 나한테 해줘야지 하는 태도로 교수를 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교육자와 제자 이런 관계가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Provider와 서비스를 받는 Client 관계에서 내 교육 활동을 하게 되는 것 같고,
이런 관계가 꼭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내관점에서는 내 일에 흥미를 떨어뜨리는
하나의 요인이다.
또 다른 노잼 포인트는,
내가 열심히 프로젝트를 매년 운영해서
저널에 출판을 하지만,
어떻게 내 연구가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이지가 않는다.
Visibility가 떨어진다.
이공계나 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좀 다르지 않을까?
그분들이 하시는 연구가 R&D라고 해서 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내가 시간과 노력을 쏟아서 출판하는 연구의결과물들은 우리끼리 읽고 인용하고 발표하고...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사회에 바로 연결되는 임팩트가 아직까지는 없어서
요즘 이 부분에서도 현타가 너무 많이 온다.
차라리 대중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는 것이
저널에 실을 아티클보다 낫지 않을까 싶지 않지만,
이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또 아티클을 써야 하니...
둘 다 하는 슈퍼맨, 슈퍼우먼들도 있으시겠지만...
나는 그냥 지극히 평범한 하루하루 사는 직장인.
아...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나이 40을 맞이하는 생일과
정년 심사를 몇 개월 앞두고...
앞으로 계속 이 길을 가야 하나
아니면 이제 터닝포인트를 또 찾아야 하나
깊은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인생은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실감이 되는 어느 날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