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티칭 중심 대학교에서 본 교수 관점
벌써 개강한 지도 한 달이 되어 가고,
2월 중순이다.
학생들을 만난 지 4주가 지나가고,
오늘 5주 차 수업 자료를 방금
학생들의 리뷰를 위해 학교사이트에 올렸다.
정신없이 출퇴근 및 수업을 하고,
각종 리서치 미팅과 서비스를 하다 보니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 과의 Chair,
한국에서는 학과장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지난 학기부터 새로 시작하시는 분인데...
이 사람이 앞으로 학과장으로서 5년을
내 직속상관으로 일을 하게 된다.
과에서 아무도 학과장을 안 하겠다고 하는 가운데
그분 혼자 지원해서
아무 경쟁 없이 뽑히셨다.
리더십이 바뀌니까
과의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다니...
놀라울 정도다.
지난 5년 보다 더 나은 과의 분위기를 원했지만
더 심한 독재와 부패가 벌써 나 같은
주니어 교수에게도
눈에 뜨일 정도니
지난 미팅 시간에는 시니어 교수들 사이에서도
학과장이 나가니 험담을 하는 모습까지
포착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이렇게 과 분위기도 급속도로
안 좋아져가고 있고
말도 안 되는 독재의 횡포에
내 일상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다 보니
내가 여기서 계속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교수라는 직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분명 안정된 교육공무원을 과감히 포기하고
미국에 와서 교수가 되기 위해
7년의 시간을 석박사 공부 하느라 고생했는데…
그래도 하는 동안은
교수가 되면 다 괜찮아질거야…
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곤 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그냥...
계속 고민과 고통의 연속인 것인가... 휴우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만 가면...
대학 다닐 때는 임용고시만 패스하면...
교사가 됐더니 현실은 만족스럽지 않았고...
20대 후반과 30대의 반을 공부로 보내고
교수가 됐더니...
또 만족스럽지 않네…
하하하... 그냥 웃지요...
그래서 한번 생각해 봤다.
미국에서 교수가 돼서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나쁜지
그래서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던 생각들을
비쥬얼화 하고 구체적으로 비교하며 분석해 보면
내가 앞으로 어떤 방향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내 미래를 계획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나는 어떤 점이 미국 교수가 돼서 좋다고 느끼고 있을까
나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화요일, 목요일만 캠퍼스를 간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학장이 주최하는 교육 대학
전체 교수 미팅 같은 경우는
한 학기에 학기 초, 중반, 후반 이렇게
세 번 정도 하는데,
금요일에 한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두 번만 캠퍼스를 가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을 한다.
수업 자료를 준비하거나,
논문을 쓰거나,
리서치나 서비스 미팅을 하거나
이런 부분이 대부분 집에서 하는 일인데,
시간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해야 한다
이렇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오늘 같은 경우는 하루종일
미팅이 오후 3시에 30분 동안 딱 하나만
스케쥴링 되어 있었고
다른 미팅이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메일들이 없었기 때문에
오전 시간 내내 운동하러 가서
테니스를 치고,
수영을 하고,
사우나까지 하고 왔다.
수업을 가르치는 부분에 있어서도,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학교를 못 가거나
내가 아프다거나 하는 경우는
캠퍼스를 직접 가지 않아도 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
미국 교수는 대부분이 9개월 계약이다.
여름방학 3개월이 빠지는 계약인데
여름 방학에 계절학기를
신청해서 가르칠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면 아무것도 안 가르치고
방학을 가질 수 있다.
겨울에도 아이들 성적 처리하고 나면
그때부터 봄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방학이다.
또, 봄에는 봄방학이 있고,
가을에는 가을방학이 있다.
내 인생의 단 한 번도 방학이 없던 시절은 없었지만,
교사로 일할 때는 기껏해야
두달 약간 넘는 시간을
재충전의 시간으로 가졌지만,
교수가 되니 네달이 좀 넘는 시간이
방학이라는 이름으로 보호가 되기 때문에
한창 바쁘고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으면 방학이다
이런 생각에 버틸수있다.
겨울방학 같은 경우는
우리 아이 프리스쿨도
겨울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완전 자유 시간을 갖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방학 3개월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티칭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우리 같은 이민자 가족들에게는
여름 방학 동안 한국을 방문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그것도 교수가 가진 장점이다.
한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직장인으로서
많은 부분 내가 원하지 않아도
해야 되는 일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리서치 부분 에서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내 맘대로 운영할 수 있으니
나라는 사람이 어떤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싶은지
내가 스스로 정해서 가꿔나갈 수 있다는 점이
아마도 교수가 돼서 또 좋은 점이 아닐까 한다.
리서치 센터나 상사가 정해준 주제와 관점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주제와 내가 담고 싶은 관점을
다른 학자나 동료와 나누고
나의 정체성을 내가 확립할 수 있으니
나같이 누가 시키는 거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한테는 장점이 될수 있는 부분이다.
이점은 아이가 생기고 나서 더
몸으로 느끼는 부분인데,
소수인종 (minoirty, person of color) 으로써,
그리고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에서 백인이나 다른 인종을 만날 때
은근 신경 쓰이고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정말 안 그러고 싶지만,
그런 경우가 사실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하자면
10년이 넘게 미국에 살면서
축적된 많은 경험들로
새로운 브런치 북을 연재해도 될 정도의
스토리가 많이 있다.
짧게 설명하면,
교수라는 직업이
내가 나의 racial, cultural, ethnical,
linguistic backgrounds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무시받을 수 있는
확률을 약간 낮춰주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다른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지극히 나의 경험에 의존한 관점이다.
내가 교수라고 소개하면,
백인들도 공부 많이 했구나,
스마트하구나 이렇게 리액션해줄 때가 많이 있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샬롯은
내가 다니는 대학교 졸업생들이
굉장히 많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특히 내 직업이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았다.
무슨 이슈가 있어서
아이 프리스쿨에 이메일을 쓸 때는
반드시 내 signature가 박힌
학교 이메일로 보내고
교육과 관련된 전문 영어를
일부러 좀 사용해서 보내는데,
그럴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학교측 대답의 퀄리티가 너무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 교육 시스템을 잘 알고
직업 특성상 교장, 교감, 그리고 교사들과
네트워크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여기서 학교 보내고 해야 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일단, 나 같은 경우 다음 가을 학기에
정년심사를 받는다.
정년 심사에 통과하면
제도적으로 직업적 안정성을 갖게 된다
안 잘린다라는 말이다. 공무원처럼.
수업도 매번 가르치는 과목들만 가르치다 보니
수업준비시간도 해가 갈수록 짧아진다.
나이 드신 시니어 교수님들을 보면
정말 편해 보이 신다.
쓰고 보니까 그래도 좋은 점이 일단 5개나 머리에 번뜩 떠오른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내가 미국 교수직에 불만인 점,
뭔가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하나라고 고민하게 만드는 점을 위주로
포스팅을 올려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