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학 교수의 학기 초반 서바이벌 과정
벌써 이 대학교에서 여섯 번째 봄학기 개강이다
5주 정도의 대학교 겨울방학...
누군가에게는 길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세 살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인 나에게는
넷플릭스 영화 하나 볼 틈이 없었던
짧았던 겨울 방학이었다.
한편도 보지 못했는데, 이제 개강이니 더 볼일이 없을 것 같다.
다시 멤버십을 끊어야겠다.
오랜만에 또 4.5 시간 통근길에 오르니...
이제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에 한껏 긴장하게 된다.
화요일, 목요일 수업을 하러 캠퍼스를 가니
월요일, 수요일 전날 밤은 아직 긴장이 되어 그런지
잠이 잘 안 온다.
화요일, 목요일은 아침 4시에 기상을 한다.
씻고, 머리를 하고, 아침을 먹고, 내 점심과 아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새벽 6시 반에 집 차고를 나선다.
캄캄한 새벽에 동네를 나갈 때는 차가 거의 없어서,
나 혼자 하루를 무척이나 일찍 시작한 것 같아
마음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로 나가면
이미 차불빛들이 빼곡히 도로에 차 있어,
금세 서글펐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일찍 출근하는 이 도로의 모든 이들과
오늘 하루도 다들 파이팅 해봅시다 하는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40분 정도 지나면 캄캄했던 도로가 환해진다.
많은 차들과 공유하던
고속도로 I-485와 I-85를 를 빠져나오면
확 뚫려 있는 직선의 도로 덕분에 긴장감이 사라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차 가스를 넣기 위해 gas station에
서서 잠시 쉬기도 하고
뻥 뚫린 길에서 오늘 만날 학생들과
어떤 얘기로 관계 형성을 잘해볼까
준비한 수업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은 개강 첫 주이기 때문에
Course syllabus를 소개하고
Community building activities를
주로 할 계획이다.
한 학기동안 할 프로젝트들도 간단하게 소개하고
수업에 대한 기대도 북돋와주고
같이 한 학기 동한 공부할 학생들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주고
교수에 대해 뭔가 안심할 수 있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
학생들도 교수에 대해 한 학기가 잘 지나갈 수 있을까 하고 긴장을 하겠지만
매 학기 시작에 나도 교수로서
학생들이 나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질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특히 백인들이 주로 있는 White univeristy에서
아시안 젊은 여자 교수로서의
편견을 깨기 위해 첫날부터 학생들에게
friendly 하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학생들이 느끼는 수업에 대한 효과성은,
교수의 성별, 나이, 인종에 따라 다르다.
학생들은 여자보다 남자 교수가 수업 효과성이 뛰어나다고 인지하는 경향이 있고 (example: Joye & Wilson, 2015),
인종적으로 minority 교수들은 White 교수들에 비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example: Reid, 2010)
워낙 소규모 클래스이고 Chort로써 같은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함께 듣는 시스템이다 보니
첫날부터 학생들과의 releationship building에 실패하면 한 학기 내내 힘들어진다.
학생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놓고, 서로 과제도 리마인드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속풀이도 하고...
그 단톡방에서 어떤 말들이 나오느냐에 따라 학기말 교수 평가 결과가 예측 가능해진다.
여학생들이 대부분인 수업을 하면서,
그들의 감정을 잘 살피고 보살피는 일은
좋은 교수 평가를 받기 위해 필수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교는
약간 고등학교 느낌이 든다.
학생들은 수업을 선택할 권리가 없고,
미리 정해져 있는 core courses들을 들어야 한다.
나는 이번 학기에 학생들의
교생실습 (internship)을 지도하고,
학생들이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필요한
우리나라의 임용 고사 같은 edTPA 시험
준비 과목을 가르친다.
그리고 Assessment라고 수업 평가를
어떻게 해아 하는지에 대한 과목도 가르친다.
이번 학기에는 특이하게도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다 똑같은 학생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학기 초반부터
밑 보이기 시작하면,
나의 모든 과목 교수 평가는...
상상하기도 싫다.
아무튼 이렇게 개강이 되었고,
워킹맘으로서의 고군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 남편 같은 경우,
이번 학기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가 아프다거나,
무슨 일이 생겨서 빨리 프리스쿨에서 픽업하는 경우
남편이 집에서 근무하다가 바로 달려갈 수 있으므로
한결 마음이 편하다.
이번 한 학기도 무탈하게
내가 가르치는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고 inspiring 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