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Oct 18. 2022

아이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아이들에겐 어른과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만난 지 6년이 되었다. 처음엔 7살 아이들을 2년 만났고 지금은 5학년, 6학년 돌아가면서 4년째 만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어떤 어른인가 생각하게 된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우선에 두고 안 무섭고 약간 허용적인 선생님이다.


집에서의 육아방식도 그런 면이 있어서 나에게 단호함이 필요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유독 아이들에게는 마음이 약한 구석이 있어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단호함 또한 사랑의 다른 면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



한 친구가 두 달 전부터 장난이 심해지더니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모습이 보였다. 특히 한 달 전부터는 나를

편하다 못해 친구에게 하듯 선을 넘는 일도 몇 번 있었다. 아이를 위해서도 알려주고 솔직하게 표현하기로 했다. 다만 아이를 비난하는 방식보다 아이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말해주고 싶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평소엔 잘 웃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하는 선생님이 웃지 않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아이가 다소 놀란 것 같았다. 약간 그 모습이 짠해서 내 마음도 편하진 않았지만 아이에게 솔직함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너도 알 거야.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소중하거든. 선생님도 아이가 셋이나 있지만 난 아이들이랑 있는 게 좋아서 교사를 했고 이 시간을 내서 이 자리에 온 것도... 내가 원해서 선택한 거고.."


아이가 조용히 끄적이며 안다고 했다.


"선생님은 너에게 인사를 하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으로 다가가는데 2달 전부터 너가 선생님을 밀어내고 짜증을 내니까 선생님 마음이 많이 속상했어. 때로는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고. 선생님도 너가 선생님을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 너의 마음이 그런게 아니란 거... 너가 순수하고 귀한 아이라는 것도..


너가 미운 적은 없었지만 어른인
선생님도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야.
잠시 한번 생각해보고 이따가 이야기 나누자."


아이의 진지한 모습. 충분히 나의 말이 전달되었고 아이도 자신이 무례했었다는 것을 느끼고 알게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덜 방어적이고 자존심도 덜 내세우는 존재다.)


5분쯤 지나서 다시 아이에게 다가갔고 마음을 풀었다. 이 날도 아이들이랑 웃고 웃다가 눈물까지 났었고 그 친구도 평소처럼 장난기 있는 모습이었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노력하는 게 보여서 고마웠다. 


6년간 아이들을 매주 만나면서 몇 번은 당황스러웠고...

한두 명 사춘기의 반항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감동을 받아서 눈물을 흘린 적은 훨씬 더 많았다.

아이들의 솔직한 손 편지를 읽을 때 느껴지는 진심과 3D펜으로 열심히 만들어준 꽃, 선생님의 진심을 안다는 카드와 선생님이 ** 때문에 힘드실까 봐 걱정된다는 표현,

반이 바뀌어도 선생님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다며 연락을 주는 아이들.

예전에 삼남매의 친구들이 놀러왔었을 때

       필로티에 살아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었다.

 

아이들을 만날수록 아이들의 매력과 솔직함을 더 좋아하게 된다. 아이들은 민감한 존재이기에 더 투명한 소통이 가능하다. 신기하게도 나의 솔직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이 된다는 것. 아이들은 비꼬아서 보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얼마 전 고등학교 다니는 첫째와 학교 내신 관리 이야기를 하다가 생활기록부를 잘 채워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아이는 뜻밖의 고민이 하나 있었다. 자신은 발표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은데.. 친구들이 발표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하니... 자신만 너무 하면 친구들에게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해진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래도 너꺼 잘 챙겨라는 말이 나오진 않았다. 자신의 공부를 챙기는 것도 정신없을 나이에 반 친구들을 생각하는 모습... 속으로 '너 쫌 멋지다.' 생각이 들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 전화 중에 그 이야기를 하니

선생님도 그런 배려심이 있는 모습이 귀하다고 하시고 

그런 고민이 있다면... 친구들이 많이 하는 인기 많은 발표보다는 친구들이 별로 하지 않으려는 거나

어려워하는 것을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초등학교에 다녔던 둘째가 짖꿎은 친구들로 인해 힘들었을 때... 그 이야기를 알게 된 시아버님께서 아이 편을 들어주시려는 마음에서... "할아버지가 우리 손주 괴롭히면 가서 혼내줘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을 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할아버지가 학교에 오셔서 친구들이 모두 혼나고 감옥에

가면 어쩌냐며 친구들이 그렇게 못된 건 아니라면서...

감옥 가면 너무 불쌍하다면서...


학교에서 특강으로 학교 폭력 강의를 듣고 무서운 장면을 봤던 터라... 어렸던 아이는 그런 생각까지 났었나 보다. 엉엉엉 우는 아이를 보며 그럴 일은 없다고.. 할아버지 절대 학교 안 오실 거라고 달래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을 만날수록 아이들은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의 말은 진지하게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드러움다정함으로 대해야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영역) 단호함도 사랑의 방법 중 하나라는 것도...

느낀다. 내년에도 교사 봉사를 고민 없이 지원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행복하고 그 무엇보다 보람이 되는 일이기에... 단호함도 더 배워야 하기에...


청소년 상담, 놀이치료, 장애아치료사, 청소년강사, 세아이엄마, 교회 선생님. 모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내 선택지의 대상에는 항상 '아이들'이 있었다.




#순수함 #아이다움 #선생님 #아이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오류... 2일간 클릭을 몇 번 해봤는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