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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05. 2022

여기선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줄게.

무심코 나온 말.

어제 어린이 예배에 새 친구가 왔다. 친구는 교회에 처음 왔고 과외 선생님이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오늘만 온 건지 물었는데.. 아이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부모님이 데리고 와야 올 수 있는 거니까..

보통 아이들은 잘 모른다.


아이: 근데 그거 왜 물어봐요?

나: 응. 혹시 너가 계속 오게 되면...  반 배정이 되거든. 그러면 너가 우리 반으로 오면 좋겠어서...

아이: 왜요?

나: 우리 반 애들이 되게 좋은 애들이거든. ^^ 너도 우리반 오면 좋을 것 같아서.

아이: (나를 쳐다본다.)


짧은 모임이 끝나고 아이들을 보냈다.

인사를 하는데 한 분이 오셔서 (새로 온) 아이를 데려가신다. 어머니신 것 같아서 인사를 드렸다.


아이엄마아니라고 하며... 자신은 픽업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 아.. 네... 어머님은 교회를 안 다니시나 봐요?

아이: 저 엄마 없어요.

픽업해주시는 아주머니: 저는 데려만 왔고요. 얘 공부방 선생님이 소개해줘서 아이랑 온 거예요.

엄마는 안 계셔요.

나: 과외선생님이 아이를 보내신 건가요?

픽업해주시는 아주머니: 네. 공부방인데... 하루 종일 거기서 데리고 있는 선생님이에요. 얘를 이뻐하시고 여기 다니시는데.. 한번 가볼래? 물었고 얘가 오고 싶다고 해서 데려온 거예요.

나: (아이를 보며) 아. 그럼 다음 주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오늘 반가웠어. 와줘서 고마워.

언제든 오고 싶으면 놀러 와.

픽업해주시는 아주머님: 잘 모르겠네요. 다음 주는 어떨지..

나: 네. (아이를 잠시 쳐다봤다.)

아이: 저는 엄마가 없어요.

나: 응... 엄마가 없는 아이들도 있어. 여기서는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렴. 내가 여기선 너의 엄마가 되어줄게.

아이: (나를 쳐다본다.)

나: 언제든 오고 싶을 때 놀러 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아이에게) 안녕. 조심히 가고.

(픽업해주시는 아주머니께) 안녕히 가세요.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말이 불쑥 나와버렸다.

아버지도 안 계실 것 같아서 더는 물어보지도 못했다.

아직 엄마의 손이 많이 필요한 나이. 엄마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아이.


우리 삼 남매를 키우면서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엄마가 없이 자란다는 건.. 어떤 건지 상상할 수가 없다. 엄마가 필요한 순간은 너무 많은 건데...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나는.. 아직도 엄마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다.

신앙, 종교를 떠나서 그냥 아이에게 마음이 갔다. 그냥 그 어린 아이에게...

내가 엄마라서 일까? 가여워하는 내 마음을 아이가 눈치챌까 봐 무덤덤하게 말하려고 했다.

비슷한 눈초리를 많이 경험했을 아이니까. 그 또한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원래 내년에는 6학년이 아니라 올해처럼 5학년을 다시 맡으려고 했다.


이 아이가 계속 오게 된다면.. 그냥 데리고 있어야지 생각이 바뀌었다.

6학년으로 같이 올라가야지.


물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그 짧은 시간에 몇 마디 물어봐주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웃어주는 것, 환영하고 인사하며 보내는 것.

옆에 같이 앉아주는 것.


그래도 그거라도 해주고 싶다.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줄게라는 말도 아이에게 무례한 말이 아니었을까?

그 순간 진심으로 나온 말이지만..

"내가 뭐라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생각나는 그 아이...


#마음가는아이 #엄마 #아이 #새친구 #교회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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