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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22. 2022

난 친구가 없는 아이를 1도 걱정하지 않는다.

특별함으로 인정하니 보이는 강점들

친구가 별로 없는 큰 아이는 동생들이랑 엄마, 아빠와의 시간이 익숙하다. 친구가 거의 없었지만(친한 친구가 한 번도 없었음) 외로움도 별로 타지 않는 성격. 배려심이 많고 다정한 성격 탓에 같이 다니는 친구가 없어도 아이는 '조용하지만 좋은 친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기했다.


밥을 혼자 일찍 먹고 책을 읽는 아이. 종종 그림 그리기를 했고 중학교 때는 학교 주변 산책 루틴을 하며 근육을 키웠다. 아이 나름의 계획과 목표가 있었다.


나도 초등 5학년까지는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다가 어느 순간... 아이의 모습 그대로 충분하고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아이는 말수가 적어서 친구들이 신기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쯤 되면 아이에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아이를 전혀 걱정하지 않게 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친구들에게 평이 좋았다.


반 아이들에게 아이는 (친해지기 어렵지만) 좋은 친구, 본받고 싶은 친구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임원 선거에 추천이 되거나 선출된 일도 있었고 반 아이들이 뽑은 가장 본이 되는 아이로 선출된 적도 있었다.

자신의 모둠으로 데려가고 싶어 했다.


2. 아이가 (스스로) 학교 생활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학교생활에서 우정 이외에 것들을 즐겼다. 체육시간, 선생님들의 유머, 모르던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 규칙적인 틀 자체가 주는 안정감. 친구들을 관찰하며 재밌어했다.

학교에선 말 없는 아이는 집에 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웃다가 밥알이 튀거나 눈물까지 난 적도 있었다.


3. 혼자 있는 시간 자체를 즐길 줄 알았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 노는 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껴서 놀진 않았다. 그 시간에 사회과 부도 지명과 연도를 외우면서 보냈다고 한다. 역사 만화책을 좋아해서 그 내용과 관련된 생각도 했다.


4. 아이가 커갈수록 점점 더 적응을 잘했다.


초등학교보다 중학교를.. 중학교보다 고등학교를 좋아했다. 아이가 힘들었던 때는 초등학교 기간, 특히 저학년 때였다.

그 시기들을 거치며 내면도 단단해지고 자신만의 대처방법을 터득해 갔다.


5.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친구가 속상할 때 위로하고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친구에게 빌려주는 것, 장애가 있는 친구를 뒤에서 조용히 챙겼다. 아이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에 대해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했다.


6. 아이가 외로워하지 않았다.


그룹에 끼지 못해 속상해하지 않았고 소풍 가서 혼자 놀이기구를 타거나 밥을 먹어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어른 시각에선 안쓰럽고 외롭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어른 시각이고... 아이가 괜찮으면 된 거였다.

아이는 혼자가 편해서 선택한 거였고 누군가가 같이

가자고 하거나 같이 먹고 싶어 하면 거절하진 않았다.


7. 무언가 해야 할 때는 적극성을 발휘하고 도전했다. 선생님들께서 아이에 대해 기대하셨고 기회를 주셨다.

좀 더 적극성을 보이면 좋겠다고 동기부여해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양정무 교수님 강연에 다녀왔다. 아이는 엄마와 영화 보기나 동생들과 놀러 가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강연장에서 내 질문이 선정되어 책을 선물 받았다.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신청한 질문이었다.

엄마에게 (양정무 교수님 싸인이 있는)

미술사 책을 선물 받고 기뻐하는 아이.

버스에서 책장을 넘기며 읽는다.


나는 안다...

아마 아이는 분명히 외로웠을 많은 순간들이 있었을 거다.

그런 순간도 필요하다. 홀로의 시간을 지나면서 배우는 것들, 그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들이 있다. 아이를.. 부족한 게 아니라 특별함으로 인정해 버렸다.

아이는 이미 온전하게 태어난 존재니까.

아이를 인정하니 기대하게 되고 강점들이 보였다.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꿈을 이루어나갈 아이를 기대한다.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온유한 자신감이 풍긴다.

오늘도 눈길을 걸어가며 하루를 기대하는 아이.


휘둘리지 않는 소신을 가진 아이.

자신만의 루틴을 실천하는 아이.

중요한 순간엔 용기를 발휘하는 아이.




아이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 문득 자랑스럽다.


더 무엇을 바라야 할까?


없다. (NOTHING)


내  아이로 와준 것만도 넘치게 고마운 존재다.


#사회성 #친구관계 #부모교육 #아이성격 #내향인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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