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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Feb 14. 2023

밖에서는 말수 없는 아이가 기다리는 시간

사랑은 이야기 듣기가 귀찮고 재미없어도 자리를 지키는 것.

사랑하는 아이의 말이지만 밤늦은 시간 쉴 새 없이 떠드는 역사 스토리를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다.

학원에서 늦게 끝나서 돌아오면 10시 반. 이른 저녁을 간단히 먹은 탓에 (그 시각) 배고픈 아이를 위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한다. (사실 나는 그것도 귀찮아하는 엄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라 엄마도 피곤해서

누워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입 근처까지 온 아이. 

30분간 아이가 하는 인조이야기와 유명인들의 유언들, 6.25 전쟁의 유엔군 파병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듣는다.

피로와 지루함을 달래려 피곤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속으로는 '언제 치우고 자나?' 싶은 마음이지만 하루종일 이야기하고 싶었을 아이, 이때를 기다렸을 아이의 눈빛을 나 몰라라 할 수가 없다.


더 궁금한 내용 없냐는 질문에 오늘은 충분히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으니 다음에 이어서 해달라고 말했다.

이제는 제법 역사강사 같다.


말하기 전에는.. 피곤한 기색으로 왔던 아이. 실컷 신나서 이야기한 후엔 혈색이 좋아졌다.


조용한 아이들은 집에서라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 말수가 적은 아이도 편한 상대에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밖에선 친구들 이야기, 선생님들 이야기를 주로 듣고 재밌어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도 조금은 하고 싶었던 게지.

사랑은 (내 관심사가 아니고 피곤해도) 단지 내 앞의 대상을 위해 함께 있어주는 것이 아닐까?

쉬운 거 같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한 가지다.

#조용한아이 #아이이야기 #경청 #사랑 #엄마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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