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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Nov 29. 2023

갱년기인 옆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정에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것.

과거에.. 울 엄마가 50이 넘어가시면서 찾아온 갱년기. 엄마의 갱년기를 보며 천사 같았던 엄마가 허무해하시고 원망과 화나는 감정을 표출하셔서 낯설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땐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엄마 전화가 오면 회피하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그 기간이 2년 정도 갔고 엄마는 강렬했던 그 시기 이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뀌셨다.


이젠 남편이 그 나이가 되었다. 워낙 이성적이고 심플한 사고와 지적인 면이 많은 사람이고 논리적이고 논쟁을 잘하는 사람인 그..


사실 그의 갱년기는 상상이 안 되었다.

그에게도 찾아온 시간.

다양한 감정을 마주할 시간을 회피하고 있는 그.

'낯설고 답이 없는 감정'이라는 녀석은

무기력과 공허감으로 그를 잡아끈다.

그 감정은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니까.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넷에 몰입한다. 더더욱.


그나마 알코올이나 담배가 아니라 다행이다.

가끔 보면 측은하다.

항상 성실하고 인정받고 능력까지 겸비한

그였기에 나약함과 노화를 마주하는 시간이

얼마나 별로일지..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의 고통..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가족을 위해 애쓰고

헌신한 20년의 시간이.. 갑자기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쩜 당연하다. 아이들도

잘 지내고 별 탈없이 지나온 시간이 의미

없는 건 아닌 게 분명 아는데..

지금껏 나에게 남는 건 뭐지?

문득 현타가 올 수 있으니까.


남편을 보며 (아내로서) 그를 바라본다.

그는 사실 내가 적어놓은 것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잘 지내고 있을지도.. 아니

그렇다 믿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의 이 시기를 겪는 남편이 안쓰러우면서도

고맙고 응원해주고 싶다. 바쁘게 열심히 살아온

그에게 이 시간은 자신을 돌보고 전반기 삶을

정리해 보는 귀한 시간이 될 것으므로..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굳이 꺼내진 않는다.

그는 논쟁을 좋아하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고..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스스로가 온전히 겪어내야 할

자신만의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그는 잘 지낸다. 여전히 성실하고

괜찮은 남편이고 본받을 만한 멋진 아빠이고

회사에서도 필요한 존재다. 그런데 그의 표정을

보면 웃음기가 사라지고 피곤해하고 지쳐있다.

한숨을 쉬진 않는데 쉬고 있는 듯한 인상인

요즘.. 쓸해 보이기도 하다.


울 엄마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그는 아니지만

그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겪어내고 있는 그.

곁에 티 내지 않지만 묵묵히 있어주리라.

한 꺼풀 더 성숙할 그를 기다려주리라.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그거니까.. 갱년기 지나면 이 글을 그때

보여줘야지. 지금은 비밀.


나의 갱년기엔 남편이 내 곁을 기다려주겠지...


#갱년기 #남편 #감정 #공허 #허무 #상실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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