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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Mar 19. 2024

아이의 특별한 사과법

인내의 열매는 고소하고 담백했다.

아이를 픽업해 주려 하려는데 이 날따라

준비가 늦은 아이.

나도 느긋한 성격이라 '본인이 늦는 건데..'

하며 그냥 기다렸다.


막상 3분 이상 지각을 할 것 같으니 그건 또

싫었던 아이. 아빠보다 엄마는 운전이 느리다며

투덜거린다.


네가 5분 일찍 나왔으면 안 늦었다고 하니

그냥 혼잣말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다. 나 참...


혼잣말은 조용히 안 들리게 하지

엄마한테 하는 줄 알았다고

말하면서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날따라 번번이 신호가 걸린다.

아이는 한번 더 투덜거림.

기분이 좋지 않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좀 참았다. 기분 좋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도 내가 기분이 상한 건

알게 된 아이. 


카톡을 아이에게 하나 보냈는데

엄마에게 운전 충고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썼다. 

나도 뒤끝이 있었다.


속도를 지켜 운전하는 건 기본이고

신호가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이라고...


아이는 3시간쯤 후에 집에 왔다.

나도 기분이 괜찮아져서 잊고

있었는데...

아이가 안방을 열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눈이 마주치고 씨익 어색한 웃음을

짓더니

"엄마. 미안해요."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하는 아이를

보니 아이는 마음이 쓰였던 거였다.

'짜슥. 눈치 생겼구나!'


좀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아이가 밖에 나가는 소리기 들렸다.

방문을 열더니.. 웃으면서

올려놓는다. 뭐지?


우유를 큰 거 사 왔고 컵과

함께 내 책상 위에 놓고  거였다.


아이의 사과 표현이었다.


"맛있겠다. 고맙다."

나도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많이 컸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간단히 말하는 스킬이... 아이에겐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래서 가끔은 톡을 사용하는 편이다.

심플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전달이

가능하니까.


부모는 아이의 말투나 태도 말고

말의 의미, 즉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태도를 걸고 넘어지면 감정싸움이 되고

부모 말이 길어지며

아이는 비난을 좋아하지 않고

귀를 닫고 건성으로 듣게 된다.


나도 스킬이 늘은 것 같다.

좀 기다려주고 참아주니

오히려 아이 스스로 생각해 보고

표현해 주었다.


인내의 결과는 우유라는 담백함 그리고 고소함이었다.


#부모교육 #인내 #감정 #이성 #대화 #사과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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