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낸 후
- 서둘러 떠난 너에게 <느낌의 그림자>
봄빛 봄햇살이
쏟아지는 아침인데
이제 너는 없는 세상
느닷없는 이별은, 아직도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아픔 위에 더 없을 아픔이 또 내려앉는다
밤새 발버둥치며 참아냈던
허탈함과 가슴 아림과
쓸어내고 쓸어내었던 비통함과
거듭 차오르는 후회들도
슬픔이 슬픔을 넘어서는 날에는
아름다운 그리움 되어 돌아올 수 있을까
까마득한 낭떠러지 같은
헤어짐, 끝에 서도
두려움 먼저 슬픔이 번져오는 건
너와 함께 가꾸었던
고운 사랑 때문이리라
오늘이 아파도
우리 하젯만남을 위해
이 슬픔 그리움으로 바꾸어 볼게
그리하여
그 멀고 험한 길에
너 홀로 떠나는 길에
가녀린 네 머리카락 빗겨주는
가랑비라도 되어 줄게
텅빈 네 손 잡아주는
실바람이라도 되어 줄게
이제 좁은 등 뒤로 버린 세상
바윗덩이로 누르던 고달픔일랑
훌훌 벗고 가라
널 향한 그리움과
너를 향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음만
보듬고 가라
소꿉놀이 같고 때론 무지개 같았던
네 살던 자취를 닦으며
밤새 울고 울어 젖은 눈을 닦는다
쓸고쓸어 헤진 가슴에
너를 묻는다
너 떠난 자리로
너 닮아 잘 웃던 접시꽃 다시 피고
네 목청 같이 가냘프던 제비소리 돌아오려나
아, 거기
네 먼저 간, 그 곳에서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는
아파함으로 키운 그리움보다
그리워하고 그리워해서 꽃피운 기쁨으로
서로 꼬옥 보듬자
2020.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