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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May 08. 2021

너를 보낸 후

- 서둘러 떠난 너에게 <느낌의 그림자>

봄빛 봄햇살이

쏟아지는 아침인데

이제 너는 없는 세상

느닷없는 이별은, 아직도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아픔 위에 더 없을 아픔이 또 내려앉는다


밤새 발버둥치며 참아냈던

허탈함과 가슴 아림과

쓸어내고 쓸어내었던 비통함과

거듭 차오르는 후회들도

슬픔이 슬픔을 넘어서는 날에는

아름다운 그리움 되어 돌아올 수 있을까


까마득한 낭떠러지 같은

헤어짐, 끝에 서도

두려움 먼저 슬픔이 번져오는 건

너와 함께 가꾸었던

고운 사랑 때문이리라

오늘이 아파도

우리 하젯만남을 위해

이 슬픔 그리움으로 바꾸어 볼게


그리하여

그 멀고 험한 길에

너 홀로 떠나는 길에

가녀린 네 머리카락 빗겨주는

가랑비라도 되어 줄게

텅빈 네 손 잡아주는

실바람이라도 되어 줄게


이제 좁은 등 뒤로 버린 세상

바윗덩이로 누르던 고달픔일랑

훌훌 벗고 가라

널 향한 그리움과

너를 향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음만

보듬고 가라


소꿉놀이 같고 때론 무지개 같았던

네 살던 자취를 닦으며

밤새 울고 울어 젖은 눈을 닦는다

쓸고쓸어 헤진 가슴에

너를 묻는다

너 떠난 자리로

너 닮아 잘 웃던 접시꽃 다시 피고

네 목청 같이 가냘프던 제비소리 돌아오려나


아, 거기

네 먼저 간, 그 곳에서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는

아파함으로 키운 그리움보다

그리워하고 그리워해서 꽃피운 기쁨으로

서로 꼬옥 보듬자


 2020.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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