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4일)
페리를 타고 허드슨 강 건너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바쁜 월요일 아침이다.
저지 시티 산책로 끝자락, 강변 조그만 베이커리 Maman. 뉴저지에 오게 되면 우리 부부가 즐겨 찾는 빵집이다.
크루아상, 시나몬 분 등 빵 몇 가지를 구입해 와서 과일, 샐러드와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친다.
아침 10시 반, Grove 역에서 딸을 만나 맨해튼으로 나간다.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호찌민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우리 아들 친구를 만났다. 딸이, 앞자리에 앉아 눈을 살짝 감고 있는 아들 친구를 먼저 알아본 것이다.
아침에 Grove역으로 걸어가며, 아들 친구가 이 근처에 살았는데 아직도 사는지 모르겠다고 아내가 말했는데, 지하철에서 극적으로 만난 것이다. 15여 년 전 홍콩에서 두 가족 식구들이 만난 이후, 우리 모두 이 아들 친구를 오늘 처음 보았다.
주위 승객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우리 모두는 서로 반가운 인사와 안부를 나누었다.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아들 친구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훌쩍 성장해 있었다. 식사를 한번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 아들 친구 엄마와 절친인 아내는 지하철 안에서 찍은 아들 친구 사진을 친구에게 곧바로 송부한다.
어쩜 이런 만남은 예정되어 있던 만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딸이 근무하는 회사 사옥을 잠깐 방문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맨해튼에 여러 개의 사옥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방문한 건물은 가장 최근에 완공한 건물로 허더슨 강변에 거대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3년 전에 직원 가족 방문객 명찰을 달고, 맨해튼의 거의 모든 사옥들을 방문해 보고, 건물 내 사내 식당에서 다양한 요리들도 돌아가며 맛본 적이 있었다.
여권 원본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내가 오늘은 조그만 손가방 하나만 지참하느라 여권을 두고 온 터라 아쉽게 되었다.
대신, 아내와 둘이서 시원하고 쾌적한 로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이제는 여행 도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도 잘 즐기는 사람이다.
아쉬워하는 딸이 가져다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사색의 시간을 즐긴다.
미팅을 마친 딸과 함께 Pier 40에서 월드트레이드 센터까지 느린 걸음으로 강변을 걸어본다.
맨해튼의 오존층이 얇은 탓인지 섭씨 30도의 날씨가 40도 정도로 따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습도가 낮아, 그늘에만 들어가면 강바람이 엄청 시원하게 느껴진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인근에 위치한 웨딩드레스 숍으로 이동한다. 예약을 해 둔 상태라 직원이 우리를 친절히 안내한다.
해당 숍 상품들 소개, 고객의 요구사항 청취, 드레스 착용의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고, 도움이 그다지 크게 될 것 같지는 않은 엄빠의 의견이 피드백된다.
디자이너들은 왜 항상 각 드레스의 장점만을 뽑아 만든 완벽한 한 가지의 드레스는 선 보이지 않는 걸까?
딸아이는 엄빠에게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의 모습에 눈물이 나지 않느냐는 웃음 띈 질문을 하는데, 나는 솔직이 아직 딸아이의 결혼이 실감나지 않는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역으로 가는 도중, 오큘러스 몰 (Oculus Plaza)로 들어서니 시원한 공기가 바깥의 뜨거운 날씨에 데워진 우리를 식혀준다. 갑자기 내리는 비로 인해 장 보기는 생략하고 딸 집으로 바로 향한다.
모녀가 순식간에 뚝딱 저녁식사 준비를 끝낸다.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Charles와 우리 부부는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Charles는 가족의 미국 이민, 자신의 출생, 할머니, 부모, 형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세히 해 주면서 가족사진들도 보여준다. 우리 부부도 우리 가족 이야기들을 Charles에게 들려준다.
Charles가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예비 사위로서 애정이 느껴진다.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뜻깊은 자리였다.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고, 밤안개 때문인지 간간이 맨해튼이 보이질 않는다.
번개도 가끔 번쩍인다.
딸이 우버를 부르고, 1층 로비까지 배웅을 나온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택시 문까지 열어주는 Charles에게서 예의 바른 한 청년의 모습을 본다.
오늘 밤은 왠지 좋은 꿈이라도 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