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마을 아침 나들이

by 해송

오늘 아침에는 강 건너 마을로 마실을 나가 보았다.

이른 아침 동네 산책하다, 느닷없는 아내의 제의로 순식간에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강 건너 마을은 특별히 가 볼 일도 없었기에 오랫동안 잊고 지내왔던 터이다.


지금 사는 낯선 빌라 단지로 처음 이사 왔을 때,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인근 재래시장이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우리 동네 빌라 단지의 강 건너 마을에는, 제법 규모를 갖춘 재래시장이 있다.


우리 단지 강변에는, 단지 시설 근무자들이나 인부들이 타고 출. 퇴근하는 나무배의 선착장이 있다.

나무배로 강을 건너면 그 재래시장으로 갈 수 있는데, 배 삯은 1인당 왕복 2만 동 (약 1,000원)이다.


엔진 시동을 걸면 "통통통통"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동그란 담배연기처럼 하늘로 올라간다.

엉성하게 잇댄 나무의자에 10명 정도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출. 퇴근 시각에 보면 그 이상의 사람들이 끝없이 내릴 때도 있다.


몇 차례 타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60대쯤으로 보이는 배불뚝이 선장 아저씨가 우릴 반긴다.

우리 단지에서 강 건너 마을까지 배로 2~3분이면 건널 수 있는데, 차로 돌아가려면 30분은 족히 걸린다.

목선을 타고 강을 건너서 반대편 선착장에 내려보니, 이제는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표를 파는 아주머니도 생겼다.


선착장에서부터 언덕에 걸쳐있는 작은 강변 마을을 오르고 내려가야 그 동네의 재래시장이 나온다.

낯선 이들을 경계하는 동네 개들의 합창이 요란하다. 구불구불하고 길게 뻗은 좁은 길이 시나브로 어릴 적 우리 동네 분위기를 소환해 준다.


서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아 카니발과 같은 고급차들도 가끔씩 주차되어 있고, 베트남 사람들의 꽃사랑을 말해 주듯이 집 밖 길가에 화분들이 줄줄이 정렬되어 있기도 하다.


국도 대로변을 조금 걸어가다 사거리에서 좁은 길로 들어서면 200여 m 정도 길 좌우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아침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곳곳에 엉켜 무리 지어 있다.

어릴 적 한국의 재래시장처럼 이곳 베트남 재래시장에도 없는 것이 거의 없다.


재래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한 아주머니가 난전에서 슬리퍼를 가지런히 펼쳐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집에서 수제로 만든 제품이라고 자랑한다.

꽃 가게, 야채 가게, 옷 가게를 지나자 생선 가게가 나온다. 이곳은 가게와 난전이 뒤섞인 가게 형태가 대부분이다.


호객 행위는 거의 없고, 저마다 가져다 펼쳐 놓은 제품들의 신선도로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저렴하고 신선한 제품들이 즐비한 재래시장에서 소꿉장난하듯 간단히 장을 보기로 했다.

우선 꼴뚜기 같은 오징어 몇 마리를 사 보았다. 10만 동 (약 5천 원) 어치다.


이곳에서는, 적도에 가까운 북위 11도에 위치한 도시답게 자외선이 풍부해, 육류제품들은 냉동제품이 아닌 도축된 육류 그 자체를 길 가에 매달아 놓고 판다.


이어서, 기다란 가정집 내 자잘한 설비를 갖추어 놓고 두부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나왔다. 금방 만든 두부 맛을 보고 싶어 두 번째로 두부 몇 모도 사 보았다. 6천 동 (약 300 원)이다.

좁은 공간에 세탁기와 건조기 몇 대와 수거해 온 세탁물로 공간을 가득 채운 세탁소도 보이고, 잡화 파는 구멍가게, 쌀가게도 있고, 베트남 바게트 샌드위치인 “반미” 수레도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가게에 들러 무 4개와 숙주나물도 한 봉지 샀다. 1만 5 천동 (약 750 원)이다.

무 4개, 숙주나물 조금, 오징어 몇 마리, 갓 만든 두부 등을 담은 봉지들이 오늘 재래시장에서 산 찬거리이다.

두 사람 왕복 뱃삯 4만 동을 포함, 합계 161,000동 (약 8,000원)이 건너 마을 아침 장 보기에 든 비용이다. 마음이 부자 된 느낌이다.


아침 산책길에 예정에도 없던 강 건너 마을 재래시장과 장 보는 베트남 사람들을 접하면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1970년대 대한민국 국민들이나 오늘의 베트남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2024년 오늘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분명히 행복지수가 더 높았거나 높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보니 배 안에 이미 3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자전거 3대가 이미 실려 있는 것을 보니, 우리 단지로 놀러 오는 자전거 하이킹 가족이다.

부부 1쌍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1명이다. 모두 행복한 미소가 넘쳐나는 얼굴들이다.


자그마한 목선은 우리가 타자마자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출발한다.

강 건너 마을 선착장에서 보이는 우리 빌라 단지가 새롭게 그리고 반갑게 다가온다.


단지 내 강변 텐트 야영지와 테니스 코트가 아침 건넛마을 마실 다녀오는 우릴 반갑게 맞는다.

갑자기 시장기가 몰려오는 가운데,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늘 한결같은 우리 집 아침 메뉴는 과일 몇 조각과 샐러드, 요거트와 딸기잼, 땅콩버터를 바른 빵 한두 조각, 커피 머신에서 내려 먹는 블랙커피 1잔이다.


우리 집 샐러드에는 양상추, 토마토, 방울토마토 절임 마리네이드, 아보카도, 견과류, 계란 또는 오리알, 당근 라페 등이 들어가는데, 마지막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오일을 살짝 뿌려준다.

요거트, 땅콩버터, 방울토마토 절임 마리네이드, 당근 라페는 아내의 수제 비밀병기다.


활짝 열어젖힌 사방의 문과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오늘도 감사하며 아침 식사를 즐기는 호찌민 인근 섬마을 아침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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