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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박흥부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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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Aug 19. 2024

거대한 기대, 무거운 재앙

박흥부

시간이 흐르면서 놀부가 심은 박들은 유난히도 크게 자라났다. 그 크기는 집안의 다른 어떤 식물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박의 덩굴은 담장을 넘고, 지붕을 타고 올라가 마치 집을 감싸듯 자라났다. 놀부는 매일 아침 박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기쁨에 넘쳐났다.


어느 날 아침, 놀부는 박들을 살펴보러 뜰로 나갔다. 그는 박의 크기가 더욱 커진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각각의 박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거대해져 있었다. 안채의 뜰에 심었던 첫 번째 박은 이미 지붕을 훌쩍 넘을 정도로 자라 있었다.


"이럴 수가… 이렇게 큰 박이라니!" 놀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박을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박의 단단한 껍질은 그 안에 무언가 어마어마한 것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놀부는 박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렇게 큰 박 속에는 얼마나 많은 곡식이 들어 있을까? 아니, 곡식뿐만이 아니야. 금은보화, 옥과 진주, 그리고 내가 꿈꿔왔던 모든 보물이 있을 거야!" 그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뛰기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행랑채 옆의 박을 살펴보러 갔다. 그곳의 박도 마찬가지로 거대하게 자라 있었고, 덩굴이 마당을 뒤덮으며 힘차게 뻗어 있었다. "이 박도 대단하군. 이 안에 담긴 보물은 내 하인들이 경외할 만큼 값비쌀 거야. 이 박으로 나는 더 이상 흥부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부자가 될 거야." 놀부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곡식창고 앞에 심은 박을 보러 갔다. 그 박은 세 박 중 가장 컸으며, 덩굴은 창고의 지붕까지 뻗어 있었다. 놀부는 그 박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든 꿈과 욕망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이 박이야말로 내 모든 부와 권세의 상징이 될 거야. 이 박을 열면, 내 모든 걱정과 고민이 사라지고, 내가 꿈꿨던 모든 것이 현실로 바뀔 거야." 놀부는 박을 만지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박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동안, 박 속에 어떤 보물이 들어 있을지 상상하며 밤잠을 설쳤다. 그의 머릿속에는 금으로 가득 찬 박, 보석으로 반짝이는 박, 그리고 끝없는 곡식이 넘쳐나는 박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는 그 박들이 자신의 손에 들어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 박들이 가져올 부유한 삶을 상상했다.


“이제 곧 그 박들이 열릴 거야. 그리고 그 안에는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이 들어 있을 거야.” 놀부는 스스로 다짐하며 다시 한 번 박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박의 껍질은 그에게 무한한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박이 더 크게 자라도록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속삭였다. “내게 이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이제 내 차례입니다. 이 박을 열면, 나의 삶은 영원히 바뀔 것입니다.”


놀부는 박을 곧 켤 날을 기다리며, 그 박 속에 담긴 부와 권세를 자신의 손에 쥘 날을 꿈꾸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제 오직 욕망과 기대만이 가득했고, 그가 이뤄낼 성공에 대한 확신이 그의 눈빛에 번졌다.


박놀부는 드디어 박이 열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하인들을 불러 모아 박을 따기로 결심했다. 박이 얼마나 컸는지, 그 안에 담긴 보물이 얼마나 무거울지 상상하며, 그의 마음은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하인들에게 박을 따오라고 명령하며 자신이 꿈꾸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순간이 다가왔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하인들은 지붕 위로 올라가 안채의 뜰에 있는 첫 번째 박을 따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줄을 이용해 박을 조심스럽게 꺼내려 했지만, 박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하인들은 서로 당황하며 눈짓을 주고받았다. 박은 예상보다 훨씬 더 무거워 보였다.


“어서 박을 따서 내려오너라!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라!” 놀부는 아래에서 조바심을 내며 하인들에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조급함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하인들은 힘을 모아 다시 한 번 박을 들어 올리려 했다. 그러나 박은 마치 돌덩이처럼 무거웠고, 하인들은 그 박을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박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박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하인들의 얼굴에는 점점 더 큰 당혹감이 서려갔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왜 박이 움직이지 않느냐?” 놀부는 불안한 마음으로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미 조급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상황이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인들은 놀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박을 들어 올리려 했다. 그러나 박은 마치 지붕에 붙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박이 너무 무거워서 지붕에서 꺼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눈짓으로 그 당혹감을 나눴다.


“박이 너무 무거워서… 지붕에서 꺼낼 수가 없습니다, 주인님.” 한 하인이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났다. 놀부의 반응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놀부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자신이 꿈꾸던 모든 것이 박 속에 담겨 있다고 믿었기에, 박을 꺼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뭐라고? 박이 너무 무겁다니,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 다시 해보아라!” 놀부는 명령하듯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불안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는 하인들이 다시 시도하기를 바라며 간절한 눈빛으로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하인들은 다시 한 번 온 힘을 다해 박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그 박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이 너무 무거워서, 아무리 힘을 써도 지붕에서 꺼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이 박은 정말로 너무 무겁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힘을 써도… 도저히 꺼낼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하인이 조심스럽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은 놀부의 마음을 찢어 놓는 듯했다.


놀부는 그 말을 듣고 온몸이 굳어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째서 박이 이렇게 무거운가? 이 안에 정말로 보물이 들어 있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내가 뭔가 잘못된 것을 한 걸까?' 그의 마음속에서는 불안과 의심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는 무겁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불안감이 점점 더 커져갔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떻게든 박을 꺼내야 한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을 텐데… 내가 원하던 모든 것이…” 놀부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박을 어떻게든 꺼낼 방법을 생각해보려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놀부는 이제 자신이 저지른 일과 그 결과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가 이 박을 통해 얻고자 했던 모든 것이 이 무거운 박 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았다. 그는 어쩔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결국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기대했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불안에 휩싸여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지붕 위의 박을 바라보았다.



작가의 말


모든 것을 얻고자 했던 욕심이, 무거운 박 속에 갇혀버린 듯한 그 순간, 

놀부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불러올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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