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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Aug 31. 2024

카타르시스

CATHARSIS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짝”


나에게는 재주가 있다.


손뼉을 한번 치면


8시간 뒤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


스킵된 8시간 동안의 나는 꽤 성실한 편이다.


이 능력 덕분에 나는 많은 일들을 수월하게 해결하곤 했다.


회사를 출근하면 가장 먼저 손뼉을 친다.


그 다음 순간, 나는 퇴근을 한다.


사람들은 내게 “오늘도 수고했어요, 지원씨.“


라고 말한다.


나는 이 능력으로 수많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점심을 먹고 나서


샤워 가운을 꺼내두고,


설거지 그릇을 하나 씻어두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한다.


때로는 자리에 앉아 소설의 가장 첫문장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손뼉을 친다.


그럼 내 앞에는 완성된 소설 한 편이 놓여있는 것이다.


설거지는 다 되어있고,


어느새 씻고 나온 나는 샤워가운을 입고 있는 상태이다.


8시간의 기억은 없다.


하지만, 이 능력을 항상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예술 활동이 그렇다.


나는 영화를 보는 것이나 미술관에 가는 것을 꽤 좋아하는데,


3시간 동안 무섭게 집중한다.


3시간 후의 나는 엄청난 영감과 감동을 받고 집을 돌아온다.


보통, 강렬한 영감을 받고 온 다음날에는 명작인 소설이 탄생하는 편이다.


영감을 받는 이 과정 또한 스킵할.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인풋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은 시간을 들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어느 날,


나는 한 뮤지컬을 보러 갔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할 때 초래되는 비극과 인간성의 상실, 생명의 창조와 그 것이 가져오는 도덕적, 인간적 갈등에 대한 것이었다.


뮤지컬의 광경에 압도된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내 눈에는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사람들도 같은 감동을 느꼈던 것이 틀림없다.


모두가 기립했다.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홀을 가득 채웠다.


나는 카타르시스의 눈물을 흘리며 홀린듯이 박수를 쳤다.


한 10번 정도..........



작가의 말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할 일을 정해주지 않으면 8시간의 나는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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