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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03. 2024

파상풍

TETANUS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병원에서는 파상풍이라고 했다.


엄마는 집 마당에서 녹슨 못에 찔렸다.


병원에 가니 회복하기에는 늦었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엄마는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병원에서 이야기한 시간은 5일 남짓이었다.


아내는 어머니의 뜻대로 하자고 나를 설득했다.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집으로 모셨다.


턱의 경직 때문에 말하기를 어려워했지만,


집으로 온 엄마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평생학습관에서 성인문해교실을 다닐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엄마는 한 번만이라도 교실에 가고 싶어했지만, 호흡 곤란 증세가 있었기 때문에 방 밖을 나설 수는 없었다.


둘째 날 점심, 어머니와 아들이 같이 있었다. 어린 손자에게 한글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셋째 날 저녁, 외부 자극에 민감해진 어머니는 가끔씩 경련을 일으켰다. 밝은 빛도 보기 어려운 것 같았다.


넷째 날 아침, 엄마는 웃는 표정으로 누워 계셨다.


피부는 창백했고, 입술은 푸른색이었다.


밤새 돌아가신 것이다.


나는 장롱 안에서 편지를 발견했다.


나와 형, 그리고 누나들에게 쓰인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였다.


편지 봉투에는 우리들의 이름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나는 편지 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꺼냈다.


그 안에는 꾹꾹 눌러 쓴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또 만나자.”



작가의 말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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