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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06. 2024

과일 협곡

FRUIT CANYON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요즘 아동 살해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지?"


"정말 세상 말세야. 어떤 인간이 그런 일을 벌이고 다니는거지?"


이야기를 듣던 남자는 혀를 찼다. 


"그런 놈들은 분명 정신이 이상한 놈들일거야. 정상적인 사고로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지."


"감옥이 미어 터지고 있잖아. 그런 범죄자들은 잡아다가 나라 밖으로 추방을 해야 해." 남자가 현관에서 신발을 고쳐신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딜 또 나가려는 거야?" 


"구해올게 있어서"


"또? 어제도 나갔잖아."


"창작활동을 하는데 필요한게 있어. 어제는 허탕이었지. 맞는 제품이 없어서 말이야."


남자는 길거리로 나왔다. 흉흉한 분위기 탓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적었다. 마약에 절은 사람과 부랑자 한 명이 길 건너에서 지나갔다. 


'역시 거리에는 마땅한 걸 구할 수가 없어. 거길 가야하는건가'


남자는 한쪽 방향으로 틀었다. 한 켠에 쓰레기 더미가 눈에 띄었고, 악취가 풍겼다. 그는 코를 막고 그 곳을 얼른 지나쳤다. 몇 블록 더 걸어가던 남자는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곳은 어두운 뒷거리였다. 


"주인의 눈을 피하는 건 참 성가신 일이야. 이런 밭을 경작하고 있으면서 이웃에게 베풀지를 않다니!" 그가 분개했다.


남자는 무언가를 찾는듯이 두리번거렸다.


원하던 것을 찾은 듯 그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아 여기 있었군.". 그는 주머니에서 칼을 하나 꺼냈다. 그러곤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잘 익은 사과야. 적당한 크기이고." 그는 한 손으로 그것을 받치고, 칼을 든 한 손으로 그 것을 쓱싹쓱싹 베어냈다.


그는 주머니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하나 꺼내 방금 분리해낸 그것을 감쌌다. 다시 두리번 거리던 그는 골목 한 켠에 버려져있는 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는 비닐봉지째로 가방 안에 넣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횡재가" 그는 바닥을 바라봤다. "이렇게 큰 호박은 처음 보는걸."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칼을 들었다. "이건, 덩쿨들이 얽혀있어 수확이 어렵군." 그는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다시 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그것을 담았다. 


 그가 옆으로 눈길을 돌렸다. "바로 옆에 이런 수확물들이 있을 줄이야." "이건 잘 익은 바나나로군. 색깔이 아주 좋아. 잘 말려 사용하면 좋은 재료가 될 수 있겠어." 그는 칼을 들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반복했다. "윽, 과즙이 튀는군." 그는 다른 주머니를 뒤져 손수건을 찾아내 얼굴의 얼룩을 닦아냈다.


"당근도 있고," 그는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고구마 줄기가 꽤 질기군."


가방은 이제 두둑해졌다. 곧, 무언가를 발견한 그의 표정이 다시금 밝아졌다. "땅에 고구마가 떨어져있다니, 오늘은 된 날이군."


"포도 송이는 한 송이면 되겠고." 가방에 또 다른 비닐봉지가 추가되었다.


"이제 돌아가도 되겠어."


그는 뒤를 돌아 지나왔던 길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옥수수 수염 뿌리도 필요하지." 그는 비닐봉지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귤 껍질도 있으면 좋겠어." 그의 가방은 점점 부풀어갔다.


"사과 한 개, 호박 한 개, 바나나 두 송이, 당근 두 개, 포도 송이 한 개, 고구마 두 개, 옥수수 수염, 귤 껍질까지 오늘 재료로는 충분하군"


그가 도착한 곳은 그의 작은 작업실이었다. 그는 가방을 열어 검은 비닐봉지들을 모두 꺼내놓았다. "과일을 이용한 인형이라 참 멋진 예술품이 되겠어." 그는 밤을 새워 바느질을 계속했다.


다음 날, 신문에는 두 아동에 대한 살해 사건이 보도되었다.



작가의 말


그에게 ‘과일을 이용한 인형’이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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