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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09. 2024

우로보로스의 호수

LAKE OF OUROBOROS-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수록작

태초의 우주는 그야말로 공허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끝없이 펼쳐진 침묵 속에서 모든 것이 잠들어 있었다. 시간은 그저 흐르기만 했고, 그 속에서 생명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끝없는 공허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꿈틀거림은 점점 강해졌고, 마침내 우주에 첫 생명체가 돌연변이로서 태어났다. 그것은 용이었다.


용은 자신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자신이 이 넓은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몸은 거대하고 강력했으며, 눈에는 불길이 서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주는 그에게 너무나도 넓고도 고독한 곳이었다. 그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었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생명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은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존재인지 알고 싶어했다. 그는 그 답을 찾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했다.


용은 끝없는 우주를 헤매며 스스로의 존재를 깨닫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아무리 날아다녀도 그의 모습이 비출만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수없이 많은 행성과 별을 지나쳤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때마다 용은 깊은 실망감을 느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웅장한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그 갈망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우주의 곳곳을 탐험하는 동안, 용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욕심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섰음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우주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존재인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자문했다. 자신이 창조된 이유가 무엇인지,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기 위해 그는 더욱 깊이 자신을 탐구하고자 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자신의 모습을 보려는 의지와 연결되어 있음을 그는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용은 우주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용은 하늘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였다. 물방울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우주의 공허를 채우기 시작했다. 용은 그 광경을 보며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저 물을 사용하면 내 모습을 비춰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생각에 잠겼다.


이때 용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희망이 움트기 시작했다. 이 비가 그의 모습을 비춰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곧바로 문제가 떠올랐다. 우주 어디에도 그의 거대한 몸을 온전히 비출 수 있을 만큼 넓고 깊은 물 웅덩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이 문제를 고민했다.


용은 자신의 모습을 볼 방법이 없다면 스스로 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본 우주의 무수한 아름다움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을 반영할 만큼 완전하지는 않았다. 용은 결심을 굳히고, 자신이 직접 물을 가두어 호수를 만들기로 했다.


용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자신의 몸을 이용해 거대한 호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용의 꼬리는 길고 강력했으며, 그 꼬리를 이용해 물을 가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활용하여 물이 고일 수 있는 거대한 분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용에게 많은 도전과 의문을 던져주었다. 그의 힘과 지혜를 사용하여 우주에서 처음으로 인공적인 호수를 만드는 일은 엄청난 과업이었다. 하지만 용은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꼬리를 입으로 물고 거대한 고리를 형성해 나갔다. 이 고리는 점차 우주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고, 그는 마치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은 용에게 극도의 인내를 요구했다.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은 단순한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인내심도 필요로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몸은 점점 더 단단해져 갔고, 이 고통스러운 과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용은 매 순간 자신의 결정을 재확인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연 이 길이 옳은 것일까? 내가 정말로 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 의문들은 때때로 그의 결심을 흔들기도 했지만, 용은 자신을 믿기로 했다. 그의 의지는 한층 더 단단해졌고, 그 과정에서 그는 더 강해졌다.


용은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는 시간을 초월한 존재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몸은 점점 더 굳어가며, 마치 돌처럼 단단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용은 자신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이 모든 고통과 인내가 결국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며 용은 자신의 결단이 옳았는지 자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작은 물방울들이 그의 고리에 떨어지면서, 서서히 웅덩이를 채워나갔다.


비가 계속 내리면서 호수는 점점 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물이 그의 몸을 휘감고, 호수의 물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용은 이 모든 과정을 견디며 자신의 결단을 다졌다. 그는 마치 대지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비를 맞고 있었다.


이제 용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짓눌러 온 의문과 갈등을 이겨내고, 결단의 순간을 맞이했다. 물이 그의 몸을 타고 흐를 때마다 그는 자신이 마침내 소망을 이룰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동안의 인내가 결실을 맺을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렸다. 용은 그 물의 압력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은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굳어졌고, 꼬리와 입을 물고 있는 부분은 이제 그의 의지로만 버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용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참아냈다.


고통이 극에 달할 때마다 용은 자신의 결심을 되새겼다. '이 모든 것은 내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이 고통이 끝나면 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꼬리를 더욱 단단히 물었다. 그의 몸은 이제 마치 돌로 변한 것처럼 단단해졌고, 물의 압력도 더 이상 그를 흔들 수 없었다.


그 시간 동안 용은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에서 출발했지만,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그는 더 강해지고, 더 단련되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용의 인내는 이제 단순한 기다림을 넘어선 상태에 이르렀다. 그는 고통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겪는 고통이 단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마침내, 호수는 물로 가득 찼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멈추고, 호수는 완전히 채워졌다. 용은 이제 자신의 소원을 이룰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는 천천히 꼬리를 풀었다. 입에서 꼬리를 놓자마자, 그의 몸은 마치 오래된 껍질을 벗어내듯이 허물어졌다.


용은 그동안의 고통과 인내가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벗어놓은 허물 안에 고인 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호수는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그의 모습을 완벽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의 비늘은 반짝였고, 그의 눈에는 우주의 모든 별들이 반사되어 있었다.


용은 자신이 꿈꿔왔던 모습을 보며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갈망하거나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인식하고, 그 동안의 고통과 인내가 모두 의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고,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자부심 넘치는 존재가 되었다.


용은 자신이 만든 호수 위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그동안의 모든 고통과 인내가 결국 이 순간을 위해서였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룬 모든 것이 자신을 더욱 위대하고 찬란한 존재로 만들어 주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용은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그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의 진정한 운명을 찾기 위해 다시금 떠올랐다.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그 앞에 펼쳐진 미래는 무한했다.


용은 자신이 이룬 것에 만족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진정한 자유를 얻었으며, 더 넓은 우주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했다.


용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의문이나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가 원하던 답을 찾았다. 이 우주 속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왜 존재하는지를 완전히 깨달은 것이다.


이 깨달음은 그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고, 그는 앞으로 다가올 어떤 도전도 두렵지 않았다. 그리하여 용은 새로운 목적을 가지고, 무한한 우주 속으로 날아올랐다.



작가의 말


자신의 가능성과 힘을 믿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모든 시련은 새로운 기회를 품고 있습니다. 모두가 용처럼 자신의 길을 찾고, 그 여정에서 빛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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