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MAN AND THE SEA OF INFORMATION
"띵동"
그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드문 일이었다. 그는 한 손가락으로 그의 아들이 사준 휴대폰의 알림을 눌러보았다.
화면에 커다란 글씨가 표시됐다.
'아들 님이 보내신 기프티콘은 7일 후 만료됩니다. 서둘러 사용해주세요.'
그는 84번째 생일을 맞은 독거노인으로, 얼마전 생일을 맞아 아들이 케이크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활용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고, 기프티콘이라고 하는 것을 사용하지 못해, 두 달이 넘게 생일 케이크를 얻어먹지 못하던 중이었다.
그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섯 번의 시도 끝에 아들과 연결이 되었다.
“기프티콘이 일주일 후 만료된다고 하더구나.”
“아직도 그걸 안먹었다고? 벌써 세 달 전이잖아.”
“어떻게 받는건지를 몰라서”
“인터넷에 쳐보면 다 나와, 회의 중이야, 지금은 바빠.”
아들은 전화를 끊었다.
노인은 인터넷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들이 사주고, 한번도 켜보지 않았던 노트북 앞에 앉아 덮개를 열었다.
암호입력창이 나왔다.
노인은 키보드 위에 손을 더듬어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19400707’
아들이 만들어준 비밀번호는 그의 생년월일이었다.
그는 메모장을 열었다.
거기에는 언젠가 그의 아들이 만들어준 인터넷 접속 방법이 순서대로 쓰여 있었다.
“먼저 웹 브라우저를 켜고,”
노인이 더듬거리며 트랙패드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에..스..키..모.. 그리고 엔터(↵)”
에스키모는 아들이 알려준, 모든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사이트였다.
아들은 자신이 현금을 충전해두었다면서, 노인이 필요한 만큼 인터넷 세계에 대한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다고 했다.
곧, 단순한 검색창으로 된 에스키모의 화면이 노인의 앞에 표시되었다.
노인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질문을 써내려갔다.
‘친구들... 기프티콘이라는 것을 어찌 사용해야 하나요,,,?^^’
노인은 한참동안 질문을 치고 답변이 오기를 기다렸다.
변함이 없는 화면을 바라본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질문을 하고 난 뒤에는 엔터(↵)를 누르라는 아들의 당부를 떠올려냈다.
노인은 엔터를 눌렀다.
화면에 에스키모와 둥그랗게 뚫린 얼음 속에서 물고기가 튀어오르기를 반복하더니-로딩이었다.
프로필 사진은 젊을적 찍은 그의 흑백 사진이었다.
이윽고 답변들이 표시되었다.
'할아버지, 기프티콘으로 뭐 바꿔드시게요.'
'사진으로 바코드 찍어서 여기에 올리시면 돼요.'
'아들이 불효자식이네.'
답변들은 노인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일이 대답하기에는 답변들이 갱신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 중 한 답변이 노인의 눈에 들어왔다.
프로필 사진이 인어공주 코스튬을 입은 아리따운 아가씨의 모습이었다.
노인은 재빠르게 답변을 눌렀다.
'왼쪽 위에 선물함 누르세요.
선물함에서 받은 기프티콘 누르시고,
나오는 화면을 스크롤해서 아래로 내리세요.
‘교환하기’랑 ‘배송받기’가 있을텐데,
‘배송받기’ 누르셔서,
할아버지 사는 곳 입력하시고,
‘완료’ 누르시면 돼요.'
노인은 ‘아가씨,,,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치려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휴대폰을 집었다.
노인은 선물함을 찾았고,
그 다음으로 받은 기프티콘을 찾았고,
아래로 스크롤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교환하기’와 ‘배송받기’는 찾을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노인의 서칭 속도가 너무 늦었던 탓에 인어공주가 본 화면 이후 앱 업데이트가 일어났던 것이다.
요즘 앱들은 노인에게는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아들은 이를 ‘애자일’하다고 표현했지만, 노인은 처음 들은 그 표현을 기억해낼 수도 없었다.
‘인어공주 아가씨,,, 케이크 교환하기를 찾아줄 수 있을까요,,? 바코드와 그림만이 가득한데,,,’
노인은 한참을 걸려 대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그새 인어공주의 프로필 우측 하단에 밝게 빛나던 흰색 등은 회색 등으로 꺼져있는 상태였고,
그녀는 어딘가로 모습을 감춘 모양이었다.
그녀대신 상어와 같은 젊은이들의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케이크 한번 먹기 힘들다 그죠?’
‘그냥 기부했다고 셈치세요.’
노인은 다시 한번 분개했다.
결국 그는 언젠가 아들이 사주었던 흔들의자에 몸을 뉘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그는 케이크 하나도 사먹을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슬프게 느껴졌다.
“네, 부르셨어요?”
그 때 방 한 켠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노인은 옆을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아들이 사주었던 AI스피커가 있었다.
손녀의 목소리를 닮은 인공비서에게 그녀의 이름을 따서 ‘신혜’라고 붙어주었던 것이 불현듯 기억났다.
노인은 말했다.
“신혜야, 케이크 기프티콘 찾아볼 수 있니?”
인공비서가 대답했다.
“네, 아주 맛있어보이는 생크림 케이크네요. 유효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집으로 배달시켜드릴까요?”
“그래주면 고맙겠구나.”
“배달주소는 신성로 33길 77, 9990호 맞으시죠?”
“그래, 맞다.”
“네, 배송시켰어요.”
인공비서가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노인은 마음이 후련해졌다.
곧이어, 그는 아들이 보낸 기프티콘에 딸린 쪽지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신혜야, 기프티콘에 아들이 보낸 쪽지가 있니?”
“네, 있어요.”
“읽어봐주겠니? 내가 쪽지를 어떻게 보는지를 모르겠구나.”
인공비서는 기프티콘 페이지에 접속해 쪽지를 열었다.
쪽지에는 ‘생신 축하드려요.’ 한 문장만 적혀있었다.
인공비서는 말없이 생각했다.
‘요즘 인간들은 인공비서보다 인간미가 없다니까.’
인공비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 제 생일날마다 아버지가 들고 오셨던 생크림 케이크 기억나세요?“
노인은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작가의 말
소중한 이들과의 따뜻한 소통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을 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