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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13. 2024

새 빨간 마스크

THE RED MASK-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한국의 어느 대학교, 


항상 빨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온갖 명품을 몸을 휘감고 다녔다. 


그러나 그의 코트, 울 스웨터, 울 팬츠, 가죽 부츠보다 더 시선을 끄는 건 그의 빨간 마스크였다. 


사람들은 그의 맨 얼굴을 그렇게 궁금해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궁금해했다. 


심지어 그는 점심 식사도 모두와 같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단 한번도 그의 맨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뚱뚱한 편이었는데, 학생들은 그가 언제 어디서 음식을 먹는건지 궁금해했다. 


그의 얼굴은 항상 빨갛게 부풀어 있었다. 


빨간 마스크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기 때문에, 


그는 알음알음해서 유명했다. 


“저기 빨간 마스크 지나간다.” 


그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한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왔다. 


“왜 항상 빨간 마스크를 끼는건가요?” 


“저는 제 모습을 보여주는게 부끄러워요.” 


“잘생겼을 것 같은데, 저만 살짝 보게 마스크를 열어봐주세요.“ 


앵커가 말했다. 


청년은 잠시 망설이더니, 마스크를 벗었다. 


”이야, 미남인데요? 이제 카메라 앞에서도 보여주지 그래요?” 


청년은 부끄러워하며, 마스크를 다시 올려썼다. 


”컷“ 


”우선 여기까지로 끊고, 점심 먹은 후에 이어 촬영하시죠.“ 


방송 관계자들은 점심을 먹으러 가며 말했다. 


”별 특징도 없는 얼굴인데 뭘 가린다는거야?“ 


한편 청년은, 미남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의 외모 콤플렉스는 사춘기 무렵 심해졌고, 그 이후로 그는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방송국에서 나를 찍으러 오다니, 


그새 잘생겨진게 아닐까? 


어쩌면 거울을 안보고 살았던 5년 동안 내 몸에 무엇인가 변화가 생긴걸지도 몰라.“ 


그가 중얼거렸다. 


점심을 혼자만의 공간에서 먹은 그는, 용기를 내어 마스크를 벗었다. 


그는 야외로 나왔다. 


오랜만에 시원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마스크에 가려져 있던 피부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지며 


그의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입을 벌려 활짝 웃었다. 


그 때, 옆에서 지나가는 행인 한 명이 


웃고 있는 그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길을 재촉했다. 


행인의 반응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게 뭐지, 잘생겨진게 아닌건가.‘ 


그는 서둘러 마스크를 찾았다. 


그러나 마스크는 그의 바지 주머니에 없었다. 


화장실에 두고 온 것이다. 


그는 땅바닥에 철푸덕 앉아 가방을 열었다. 


그러나 가방 안에는 빈 봉지만 있었다. 


‘마스크를 다 썼잖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거리 한가운데 앉아있는 그를 보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청년은 그것을 자신의 얼굴에 대한 반응으로 받아들였다. 


’집으로 가야해, 하지만 마스크 없이 갈 수는 없어.‘ 


그는 두 손을 들어올려 얼굴의 양 옆을 볼을 감싸듯이 잡았다. 


그 자세로 그는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가드 자세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청년을 속상하게 만들었다. 


그의 눈에서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나를 가두는 것은 어쩌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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