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G TREE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한 참나무가 있었다.
봄이 되자,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이 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와 잎을 갉아먹었다.
참나무가 말했다.
“몸이 간질거려서 참을 수 없어.”
그 때, 바람을 타고 편백나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피톤치드를 방출하기 때문에 해충이 잘 달라붙지 않는 특성이 있어.”
세쿼이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내 외피는 매우 단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서 곤충들이 뚫을 수 없지.”
유칼립투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해충들이 기피하는 특유의 강한 향을 내지.”
이 이야기를 들은 참나무는 엄마 참나무에게 말했다.
“엄마, 도저히 못참겠어요. 왜 우리 참나무들은 우리보다 작고 나약한 벌레들에게 시달려야 하나요? 저는 몸 안에서 독을 만들어내겠어요. 강한 독을 만들어서 벌레들을 모두 죽이겠어요.”
엄마 참나무는 말했다. “분하더라도 참으렴. 지금은 독을 만들기 보다는 빨아들인 양분으로 위로 위로 커져야할 때란다. 그래야 충분한 높이에서 햇살을 받을 수 있지. 광합성을 할 수 있어야 말라죽지 않을 수 있어.”
여러 달이 지났다.
나방, 파리, 잎벌레, 하늘소, 재선충, 나무좀, 방패벌레, 진딧물, 깍지벌레들이 잎을 갉아먹고, 껍질을 파 터널을 만들고 그 안에 알을 까고, 수액을 먹고, 거미줄을 쳤다.
참나무가 말했다.
“엄마, 몸이 시리고 너무 아파요. 저는 몸을 움직여서 벌레들을 떨어뜨릴래요.”
엄마 참나무가 말했다.
“너는 이제 크고 무겁게 자라났잖니. 지금 뿌리를 움직인다면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져서 쉽게 부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어, 그러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거야. 조금만 참고 기다리렴.”
참나무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참고 견디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고, 무거운 먹구름이 천천히 몰려왔다.
공기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어둠을 밝혔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몰아쳤다.
태풍이었다.
참나무는 땅 속에 굳게 뿌리를 박고 태풍을 이겨냈다.
참나무에 붙어있던 해충들은 비바람에 모조리 씻겨나갔다.
태풍이 그친 후, 참나무는 한결 개운해졌다.
엄마 참나무가 말했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면, 벌레들은 씻겨나가는 법이란다.“
작가의 말
때로는 기다림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