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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Oct 23. 2024

인간검정시험

HUMAN TEST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튜링테스트(Turing Test)라는게 있었다.


기계와 인간이 서로 질문을 주고받았을 때, 그 기계가 얼마나 인간처럼 대답할 수 있는지를 판단의 근거로 삼아


기계에 지능이 깃들었는지를 판별하는 시험이었다.


시대가 흘러,


기계는 지능을 뛰어넘어 인간의 지성에 도전했다.


기계답게, 그들은 곧 모든 면에서 이전에는 없던 아득히 높은 수치에 도달하였으나,


기계답게, 그들이 인간을 뛰어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지표가 있었다.


그 것은 인간 호감도 점수였다.


인간들은 같은 서비스의 질이라면, 로봇보다는 사람에게 받기를 희망했다.


그 것은 인체 내의 무의식 레벨에서 일어나는 면역 반응과 같이,


인간 스스로가 다른 종인 로봇보다는 같은 종들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모든 직업 중 서비스업만이 유일하게 인간의 영역이 되었다.


공장도, 사무실도 로봇이 다녔다.


인간의 직업은 카페와 음식점의 서버, 박물관의 큐레이터, 관광지의 가이드 정도로 제한되었다.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해야하는 사람은 넘쳐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검정시험이 시행되었다.


이제 인간들은 매년 1번, 성인이 되기 바로 전 해,


인간으로서의 서비스를 측정하는 절대평가 시험을 보게 되었다.


인간검정시험 날,


시험장 앞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일렬로 서 있었다.


“떨지 말고 잘 치루고 와, 딸.”


한 아버지가 자녀를 배웅했다.


“19년동안 가정교육을 잘 받았으니 꼭 합격할거야.“


아버지의 말에도 딸은 여전히 떨려하는 듯 했다.


근래, 시험 난이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한 곳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편하게 보면 돼, 인간이 인간답게만 굴면 되는거야.


아빠도, 너희 엄마도 모두 만점이었어.


너도 잘 볼거야.”


아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듯 했다.


“요즘은 아빠 때처럼 예의, 예절, 도덕 과목만 나오는게 아니야. 인간학에서도 출제가 된다고. 조금이라도 인간의 반응과 다른 이질적인 답을 고르면 그대로 감점이야.“


그가 울상을 지었다.


그 시간, 시험장에서는 이전 순서의 한 수험생의 시험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상대는 인간형 로봇이었다.


로봇이 거칠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발을 밟을 수도 있지 유난을 떨어!“


그 다음 순간, 로봇의 눈이 공허해지더니, 그의 입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음 상황에서 올바른 반응을 고르시오.


A. 다른 쪽 발도 내민다.


B. ‘제가 발을 그 자리에 둔 탓이에요. 죄송해요.’


C. 화를 낸 상대를 안아준다.“


학생은 기억을 더듬었다.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별표를 치라고 한 문제였고,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 분명 고개를 내려 교과서를 바라보았다.


‘분명 인간학 교과서에서 본 내용인데..’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 교과서의 글씨는 뿌옇게 보였고, 오로지 선명한 것은 빨간색 펜으로 친 별표 모양뿐이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이미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나오고 있었다.


희비는 엇갈렸다.


시험에서 낙제한 학생들은, 제3계급을 부여받았다.


로봇 위 사람, 로봇, 그 다음 계급이었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탈 수 없었고,


거주 이전의 자유도 제한되었다.


그들이 다시 그 자유를 되찾는 방법은 오직, 내년에 있을 인간검정시험에서 합격하는 것 뿐이었다.



작가의 말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무언가는 단순한 지식이나 능력이 아닌, 우리가 매 순간 어떻게 살아가고, 서로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에서 드러나는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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