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DREAM SHATTERS - 단편집 미히버스 수록작
어느날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하늘이 선홍빛이야. 붉은 빛이 주변 하늘에 점점 물들고 있어.“
할머니는 말했다.
”저건 별들의 상처란다.
밤 사이에 별들이 벌인 전쟁에서
상처가 난 하늘에 피가 새어나오는거지.”
그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할머니, 저 중에서 아버지는 어디쯤에 있어?”
할머니는 한 별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황소 군단에 속해 있단다. 저기, 노란색의 빛나는 별이야.“
그날 이후부터 별똥별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불에 휩싸인 채 떨어지는 작은 별의 조각들,
“저 별들은 왜 떨어지는거야?”
내 물음에 할머니는 답했다.
”별이 스러질 때에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자신의 고향을 찾아온단다.“
어느 날 잠든 나를 할머니가 깨웠다.
“너희 아버지가 배고프시다고 하는구나.
저 하늘 위로 올라 아버지에게 이 사탕을 전해주렴.”
할머니는 보자기를 건냈다.
“동쪽으로 쭉 걷다보면, 세계가 끝나는 곳에 빛나는 은빛의 에스컬레이터가 나올거야.”
나는 할머니가 가리킨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절벽에 이르러, 나는 동이 터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기가 세계의 끝일까?’
절벽 앞의 빛나는 은빛 에스컬레이터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절벽에서 뛰었다.
몸이 에스컬레이터에 내려앉았다.
에스컬레이터가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의 아랫단은 점차 흐려지고 있었다.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 위에 올라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곳에 이르러,
나는 검은 천장 아래 빛나는 별들의 무리를 마주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어 별들을 만지고자 했다.
그러나 별들은 만져지지 않았고, 그저 내 손이 만든 물결에 일렁였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분명 별에 이토록 가까워졌는데, 만져지지를 않아.’
나는 하늘 아래 땅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섬광이 튀는 저 밑,
이전까지는 들리지 않던 그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땅에서는 두 군단이 서로 맞붙어, 총과 칼, 화약과 탱크를 앞세워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었다.
동이 터오는 새벽 하늘은 그들의 피와 얼룩이 비추어 선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었잖아..’
나는 중얼거렸다.
별들은 말이 없었다.
하늘 아래 벌어지는 살육을 그저 굽어 살피며,
그 자리에서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이윽고, 나는 할머니가 준 보자기를 풀어 헤쳤다.
그리곤, 별사탕이 들어있는 보자기를,
하늘 아래로 흩어 내려버렸다.
사탕들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새빨간 불길의 꼬리를 붙이고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동시에, 내 위에서 밝은 빛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검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불에 휩싸인 사탕의 밝은 빛이 아른하게 비치고 있었다.
‘저건 수면이야.’
마음 속에 어떤 섬광이 스쳤다.
나는 두 손과 발을 엇갈려 휘져었다.
그러자 몸이 붕 뜨기 시작했다.
천장이 점차 가까워졌다.
검은 천장을 뚫고 올라와,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었다.
그 숨은 폐가 아닌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아버지가 어깨에 빛나는 별을 단 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검은 수면 위로 올라서,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아버지!”
아버지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할머니가 준 별사탕들을 잃어버렸어요.”
내가 말했다.
“괜찮단다, 네가 나의 선물이니.“
아버지가 말했다.
작가의 말
우리가 찾아 헤매는 답이 하늘에 있지 않고,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별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진정한 빛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