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여행기 - 중편집 미히버시티(MIHIVERSITY) 수록작
“머리가 띵해. 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말야.”
판공초를 가기로 한 아침, 나는 침대에 누워 말했다.
“시가지에 잘하는 뭇국집이 있던데, 다녀와봐.”
친구가 말했다.
“어제부터 그랬어. 깨지 않는 숙취 속에 있는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침대 위 놓인 흐물흐물한 채소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가 내 머리를 짚어보며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산병 전문 병원이 있다고 하던데.”
나는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는 나를 검진하고, 고산병 약을 처방했다.
처방받고 돌아온 길,
나를 위해 한 친구가 호텔에 남아있었다.
“너 얼굴이 엄첨 파래.”
그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힘겹게 말했다.
“문제는 배도 아프기 시작했어.
라씨를 너무 많이 먹은걸까.
중도 귀국을 해야할 것 같아.”
우리는 함께 가장 서울로 가는 빠른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출발이 내일이었다.
방 밖으로 나가 비행기 티켓을 출력해야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한 발자국도 내딜 수 없었다.
“내가 PC카페 다녀올게.”
친구가 방을 나섰다.
한참만에 그는 돌아왔다.
그가 내게 비행기 티켓 두 장을 건냈다.
“레Leh에서 뉴델리, 뉴델리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표야. 인터넷 속도가 엄청 느리더라.”
판공초에 갔던 친구들은 호텔로 돌아와,
나의 갑작스러운 작별 소식을 듣게 됐다.
“우리도 내일 출발이니까, 공항에 같이 가면 되겠어.”
리더 격인 친구가 말했다.
다음 날, 그들은 나를 출국장 앞까지 배웅해주었다.
“먼저 한국가서 연락해.”
나는 억지로 웃으며,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말
여행지에서의 예상치 못한 변수는 우리를 때로는 무력하게 만들지만, 그조차도 여행의 한 부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