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일하고 있고 출입국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공항에서 심사업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우리 조직이 하는 일중에 하나일 뿐이며, 정말 많은 부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외국인에 대한 모든 업무를 맡아서 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국민은 법률로 보호되기 때문에 엄격한 요건이 구비되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법무부 장관의 명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기본권 외에는 우리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출입국에 대해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고, 그저 남들이 아는 만큼만 아는 정도였다. 이 시험을 준비한 것도 충동적이었다. 학교 다닐 때 같이 공부하던 형이 7급에 붙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공부하던 직렬을 출입국으로 바꿔버렸다.
외부에서 보면 공항이라는 이미지와 여행에 대한 분위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이 과대 포장되거나 과소평가받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직접 당사자가 되어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좋아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재밌는 이벤트나 에피소드가 생기기 때문에 내 직업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공항 업무의 특징은 교대근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인 투 식스나 주말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고, 남들 쉴 때 정신없이 일하고, 남들 일할 때 푹 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장점은 붐비지 않는 시간 대에 핫플이나 미술관 같은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같은 시간대에 근무하는 직원 외에는 인간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어쨌든 나는 이런 스케줄을 잘 이용하고 있고,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을 말하자면 직원들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현장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VIP나 연예인, 운동선수들을 만나기도 한다. 아마도 웬만한 점쟁이나 관상쟁이들보다 내가 훨씬 더 다양한 얼굴 유형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단점은 장시간의 근무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대 근무의 이점을 잘 살리려면 무엇보다도 체력이 중요하다.
출입국은 외부에서 인식하고 있는 사실과는 달리, 주로 외국인을 상대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다른 공무원 조직들보다 운용에 대해서 유연하다는 특징이 있고 개방적인 사고와 수평적인 문화가 존중받는다. 그래서 서로 맞존대하는 분위기이고 어떠한 주제가 주어지면 상하 간에도 토론하는 문화가 잘 조성되어 있다. 다만 체류 외국인이 많아질수록 업무강도가 세지는 단점도 있다.
요즘에 일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코로나 때문에 단속을 줄이고 있는데도 외국인보호소 수용인원이 초과하여 그로 인한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고, 그것 때문에 타 사무소에 파견 가는 상황들이 일어나는데, 한번 파견을 가게 되면 삼 개월 정도 가게 된다. 그러면 스케줄이 완전히 꼬이고, 관사 이전의 부담도 상당해서 원해서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더욱이 우리를 힘을 빠지게 만드는 것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권력 행사를 인권유린으로 매도하는 인권단체이다. 심지어 그들은 우리에게 외국인 단속을 하지 말고 공항에서 심사나 찍으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외국인들이 공권력을 무시하고 심지어 직원들을 폭행하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일을 직장에서 듣게 되면 자괴감이 생기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그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이 추구하는 것이 인권인지, 아니면 그것을 빙자한 권력의지인지.
코로나 이전에는 공항은 미어터지는 승객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었다. 그러다 쓸데없이 진상 부리는 승객이나 여직원한테 함부로 대하는 항공사 직원들이 있으면 싸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텅 빈 공항을 경험하고 나니, 지금까지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함께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공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귀하게 느껴진다.
저마다의 목적을 위하여 떠나는 사람들
사람들은 저마다 목적을 갖고, 어디선가 와서 어딘가로 이동했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를 모르고, 그들 또한 내가 누군지 몰랐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또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작업에 들어갔다.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무라카미 하루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