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을 경험하고 나서.....

#마라톤, #동호회, #춘천, #기록

by 비루투스

10월 23일,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춘천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평소 친분이 있던 계장님에게 출입국 마라톤 동호회(이하 출마동)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았고, 코로나 전에 가입해서 활동한지는 한 2년 정도 되었다. 러닝을 좋아하는 직원들과 정해진 코스를 함께 뛰고 난 후에 마시는 스포츠 음료는 정말 시원했다.


카톡을 통해 우리는 운동 동영상과 기록 인증을 공유하면서 다가오는 대회를 준비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마라톤대회가 취소되고, 3인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되어 같이 연습할 수도 없게 되어버려, 통제가 시작되는 전날 밤에 모여 벚꽃길을 달리면서 아쉬움을 달랬고, 달빛을 머금은 벚꽃들은 바람에 날려 속절없이 길가에 나빌레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로 뛰는 비대면 마라톤 대회에 개별적으로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 개최하는 춘천라톤 대회는 출마동에서 참가하는 최초의 공식적인 행사이다. 우리는 러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풀코스를 소화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프코스 2명, 10km 6명 한 8명 정도가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나는 오래 달리는 것보다 마지막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10km를 신청하였다.


나는 평소 러닝을 할 때 한 4km 정도 가볍게 뛰다가, 백련산 입구가 보이면 데크까지 계단을 쉬지 않고 뛰간다. 하지만 대회 일정에 맞추어 10km 구간을 몸에 익히는 정도로 가볍게 달렸고, 데크까지 무리하기보다 컨디션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평소 코어와 하체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완전히 패착이었다. 나는 하던 대로 밀고 나갔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젯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하체를 운동해서인지 왼쪽 발목이 약간 아렸다. 몸이 굳은 상태에서 뛰다가 부상당할까 봐, 스트레칭 위주로 몸을 풀었다.


새벽 6시에 직원들과 차를 타고 춘천으로 나갔다. 안개가 너무 심해 주변이 보이지 않았고, 혹시라도 비가 와서 대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다행히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는 햇빛이 쨍쨍했다. 전력 질주하다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릎보호대를 차다가, 직원들과 헤어지게 되었고 출발시간이 다되어가자 인파가 구름같이 몰려들어,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만 했다. 몸을 풀 시간이 없을까 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주최 쪽에서 부상 방지를 위해 강사진들을 준비하여 달리기 전에 충분히 몸을 풀 수 있었다. 출발 10분 전이 되자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발목 통증도 괜찮을 것 같았다.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구름처럼 모여드는 사람들

'땅!' 출발했다. 나는 선두권을 차지하기 위해 속력을 냈다. 그런데 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오르막길이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처음에 가볍게 뛰다가 몸에 탄력이 오르면 속도를 내지만, 처음부터 오르막길에 진을 빼버리니, 정작 페이스를 올려야 하는 평길에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심폐지구력이 달리니 호흡이 가빠지고, 어쩔 수 없이 초반부터 복식호흡을 하게 되면서 체력소모가 심해졌다. 달리는 동안 코어 근육이 무리하게 수축되어 배가 땅겼고, 그사이에 나는 계속 뒤처지게 되었다. 마라톤에서 왕성한 근육은 오히려 체력소모의 주된 요인이 돼버렸다,


그래서 속도를 내기보다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체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멘털을 부여잡기 위해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뛰어가면서 내가 했던 훈련의 취약지점이 무엇이었는지 점검해보았다. 근본적인 이유는 심폐지구력 운동을 게을리한 것이고, 허벅지 위쪽 근육에 무리가 많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취약점들이 체력소모를 야기하고 있었고, 그것은 헬스로만 다져지기에는 부족한 부분이었다. 나는 훈련을 앞두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보다 단계적인 압박 속에서 서서히 강도를 올리는 훈련이 적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힘이 들수록 너무 아쉬웠다. 사람들을 조금씩 따돌리기 위해서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내었고, 평길에서 체력을 회복하여 또다시 만나게 될 깔딱 고개에 대비했.


반환점을 돌아 뛰어왔던 곳으로 다시 가야 했을 때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시 그곳으로 뛰어가야 한다니. 초반에 페이스를 잃기 때문에 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도착이 이제 1km 정도 남았다. 한번 돌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깔딱 고개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전력질주를 했다. 앞서가던 사람들을 하나씩 제쳐버릴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희열이 느껴졌다. 도착선이 눈앞에 가까워졌을 때, 이제 끝이라는 안도감을 느끼려는 찰나, 누군가가 살같이 쫓아와서 나를 제쳐버렸다. 순간 허탈해져서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는 절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몸을 통해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모든 것을 걸고 하얗게 불태웠다.

대회를 마치고 직원들과 닭갈비를 먹으면서 오늘의 레이스에 대한 느낌과 기록을 공유했다. 신기했던 것은 오늘 레이스는 ' 마의 구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차를 탔던 3명이 평소에 찍었던 기록보다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마라톤 어플을 다운로드한 후에 각자의 기록을 단톡방에 올렸다, 밥을 먹고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 되니, 맑은 하늘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내년 대회에서는 제대로 준비서 달리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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