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에 한 번씩 '트레바리'라는 독서 커뮤니티에 간다. 평소 철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연가를 내면서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이 모임은 선정된 책에 대한 글을 400자 이상 써야 참석이 가능한데, 회원들은 글쓰기를 챌린지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해당 커뮤니티 외에도 다른 클럽으로 놀러 가기 쿠폰을 통해 다른 모임에 참가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수용인원이 다 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지정도서 없이 자유로이 토론하는 '아그레아블'이라는 클럽을 찾아갔다. 트레바리는 멤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모임이라면. 이곳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곳이기도 하다. 익숙한 것도 좋지만 가끔씩 낯선 곳에서 부딪치게 되는 감각은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한다.
낯선 조합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감각들을 공유하는 것은 독서모임에서 얻어가는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하나의 관점에 머물러있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에서 텍스트를 해석하려는 성향이 강해 관련된 책들을 읽기도 하고, 그러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다소 피곤하다고 느껴질 때는, 전혀 다른 분야의 책과 번갈아가면서 읽기도 하는데, 그러면 독서가 덜 지루하게 느껴지고, 기분이 전환되는 효과가 있다. 책을 읽어가는 과정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문장들을 하나씩 베껴 쓰다 보면 카타르시스가 솟구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문장들이 칵테일처럼 섞이게 되고. 나름의 독특한 조합이 구성된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개요나 목차를 적은 후에 글을 쓰지 않고, 글이 완성된 후에 목차를 나누는 스타일이다. 문장을 베껴 쓰다 보면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맥락이 잡히게 되고. 어느 정도 구상이 떠오르면 생각나는 대로 자판을 두드려본다. 일단 첫 문장은 화두의 역할을 하고, 그것에 따라 논리를 전개해본다. 대충 글이 마무리가 된다 싶으면, 글 사이사이에 수집한 문장들 중에서 적절한 것들을 삽입해본다. 여러 가지 자료를 배합하다 보면 글이 난삽해지고 앞 뒤가 맞지 않지만, 글을 고치고 다듬다 보면 문장의 겉껍질이 벗겨지면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글이 써지기도 한다. 그렇게 완성된 글을 커뮤니티 앱에 올리고, 모임날 가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질문을 토대로회원들과 토론을 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보면 상대에게 인사이트를 받기도 하고. 간과했던 점들을 대화 속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임에서 받은 인상들을 글에다가 입히면, 한층 더 내용이 풍부해지고 문장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모임에서 양귀자의 '모순'과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라는 작품의 연관관계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많은 것들을 얻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