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공항을 떠올리면 특별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러한 경이감은 이제는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몇 년 동안, 심사를 하다 보니, 굳이 여권을 보지 않더라도 국적을 웬만하면 알아맞힐 수는 있다. 그러나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 중 한국화 된 사람들은 외모로 구별하기 어렵고, 피부색이 다르더라도 한글도 잘 쓰고, 발음도 유창한 외국인들이 많아서 틀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공항 하면 스튜어디스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수많은 승객들 사이로 각국 항공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유니폼들은 개성이 넘치고, 아름다운 그녀들의 미소는 심사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돋구게 만든다. 그러나 새벽시간 대에 항공사별로 4~50명이 한꺼번에 몰려올때는 일단 한숨부터 쉬게 된다.
출근하면서 찍은 공항 풍경
그러던 어느 날, 에지 있게 옷을 입은 사람이 심사대에 와서 마스크를 벗었는데, '이정재'였다. 업무를 마치고 나서 뉴스를 보니, 그는 시상식에서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연예인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도 티가 나서 얼굴을 보지 않아도 대충 직업이 추정 가능하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마스크를 쓰고 온다.
한 번씩 뒤통수에서 번쩍하고 후레시가 터지는 경우가 있는데, 뒤를 돌아보면 파파라치들이 아이돌들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 어떤 때에는 자동심사대가 쇼케이스 현장이 되기도 한다.
2m에 가까운 폴란드 비치발리볼 선수들을 심사한 적이 있는데, 귀여운 얼굴의 자이언트 베이비들이 내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좀 낯선 기분이 들었다. 그들 중 몇몇은 사진 찍을 때 예쁘게 안 나왔다고, 울상을 지어서 다시 찍어줬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덩치가 커도, 어느 나라든 그 또래 여자애들은 비슷한 것 같다.
이번 달 스케줄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되고 터미널 1과 2를 트레인을 타고 오가며 근무하고 있다. 일이 일찍 끝나서 좋기는 한데, 밥을 먹고 출근하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새벽에 좀 더 뒹굴거리고 싶지만, 지하철 첫차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참아야 한다.
요즈음엔 승객이 너무 많아 공항이 미어터진다. 코로나 때는 승객수는 많지 않았으나, 검역절차가 자주 바뀌어서 일하기에 까다로운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지금이 훨씬 공항답고 일하는 맛이 있다.
오후 1시까지 정신없이 일하다가 T2와 연결해주는 트레인에 승차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는데, 어디에선가 낯선 음악소리가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피아노와 가야금 그리고 창이 만들어내는 앙상블
얼핏 듣기에는 국악인데,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크로스오버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3층 출국장 쪽에 올라가니, 가야금과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가락에다가 창을 얹어 부르고 있었다. 국악으로 탱고와 재즈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연주에 몰입하는 여성 멤버들의 표정들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왕복근무를 하면 근무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T 2에 가서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렇게 왕복하면서 근무하다 보면 근무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일을 마무리 짓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공항에서의 하루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