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날의 플렉스

#청라호수공원, #도서관,#아메리카노, #달리기

by 비루투스


오늘은 비번이다. 쉬는 날은 언제나 그랬듯이 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번 달 선정도서는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다. 책이 하드커버지에 두께도 있는 편이라서 내용이 딱딱할 줄 알았는데, 계보학을 표방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복잡한 논리를 전개하기보다 비교적 잘 알려진 프랑스 역사를 많이 인용하고 있어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권력은 훈육을 통해 사람을 통제해왔다는 내용을 증명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점심때까지 책을 읽으니, 한 3분의 1 정도 남았다. 철학서를 읽고 나면 체력소모가 커서 더 이상은 무리다.


집에 먹을 것이 다 떨어져서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했다.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참았다. 왜냐하면 식탐이 강한 편이라, 한번 먹으면 그 자리에서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과식하게 되면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운동하기도 버거워진다. 그래서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사고, 입속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팝콘 한 봉지를 골랐다.

근처에 있는 도서관이 리모델링 중이라 숙소에서 두 정거장 정도 떨어진 '청라호수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이곳에 가려면 지하철역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일단 도서관 시설이 좋고, 장서가 인근 도서관 중에서 많은 편이라, 가끔씩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공원과 가깝다는 점이다. 책을 보다 지루해지면 산책하기에 좋고, 바닥에 깔린 고무 트랙이 우레탄보다 푹신푹신하여 러닝을 해도 무릎이 충격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호수공원 바로 옆이라 책읽다가 산책하기 좋다.

른 문학클럽에 놀러 가기 위하여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란 책을 빌렸다. 작가는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보통, 대부분의 독자들은 소설에 나오는 여 주인공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름답거나 매력적인 이상을 갖춘 캐릭터일 거라고 전제하고 책을 읽는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통념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히로인은 성격도 좋고 매력도 풍부하, 단지 못생겼을 뿐이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상을 불편하게 만들어버린다.


박민규 작가는 벨라스케스가 주목받지 못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시녀들을 자신의 그림의 제목으로 삼았다는 사실에서 작품을 착상하였다고 한다. 가벼운 연애소설인지 알고 봤다가, 굉장히 철학적인 문장들이 담겨있어서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카페인이 당겨서 도서관 1층에 있는 카페에 갔는데 샷을 추가해도 2500원이었다. 카페에서는 조용한 음악이 들렸고, 옆자리에서는 주식에 대한 열띤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나는 차가운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꽂아 마시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얼음이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간간이 홀짝이다 보면 커피의 농도가 점점 옅어지면서 그 맛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을 느끼면서 책을 읽다 보면 생각보다 많이 읽게 된다. 그래서 '아아'를 마실 때만큼은 커피의 농도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갈 얼음의 크기와 양도 중요하 생각한다.


'아아'는 커피의 농도만큼 얼음의 크기도 중요하다.

카페가 문 닫을 때쯤, 슬슬 러닝 할 준비를 했다. 부상 방지를 위해 몸이 데워질 만큼 준비운동을 하고. 관절을 충분히 풀어주었다. 전에는 2킬로만 뛰고 걸어왔는데, 공원 한 바퀴를 돌아보니까 어림잡아 5킬로 정도 되는 것 같다. 러닝 하기에 날씨도 화창했고 바람도 선선해서 오늘은 제대로 달려보려고 한다.


나는 달릴 때, 주로 재즈음악을 듣는데, 재즈 특유의 리듬감과 변주는 러닝을 덜 지루하게 만들어주고 기분을 북돋아주기 때문이다. 리고 호숫가를 달리는 기분은 뭔가 색다른 것 같다. 간간이 터지는 분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했고, 동시에 내 발걸음도 경쾌해졌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땀이 비 오듯 쏟아다. 달리기가 끝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심장이 두근고 호흡이 가빠질 때마다 내가 아있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자각하게 된다.


I am, alive.


나는 슬플때 달린다.왜냐하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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